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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도, 마음도 탈이 났다.
호의가 사실은 동정일 때,
혹은 자신이 더 우월한 위치임을 내보이기 위한 자위적 베풀기일 때
먹은 걸 다 게워내고 싶을 정도로 메슥거린다.
어제 얻어먹은 닭발이 오전 내내
지금까지도 속을 빙빙 돌며 날 못살게 구는데
그보다도 더 내 속을 뒤집는 건 어제 들었던 말들.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나는 밤새 속을 앓았다.
그 말은 나를 위한 게 아니었고,
나는 값싼 호의와 필요없는 조언을 받는 대가로
하루종일 배의 통증과 어지러운 마음을 견뎌야 했다.
아 정말,
사람이란 때론 너무 소중한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모든 상처의 근원.
나는 그렇게 보잘것없는 사람이 아니고
누군가에게 그런 핀잔을 들을 정도로 어리숙하지 않다.
소화 안될 말들이 아직도 위장을 긁으며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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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는
어제 의외의 응원을 준 사람이,
산타며 얼굴 딱 한번 본 선배였다는 것.
같이 가족이나 시험에 대한 얘기를 몇차례 나눴을 뿐인데
어제 내가 안 보여 생각났다며 소중한 문자를 보내주었다.
'수고했어요, 정말'
한마디에 세상이 녹았다.
지하철 안에서 눈물을 펑펑 쏟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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