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어른용 동화 같은 느낌과 색감과 캐릭터들
구스타브 역할의 랄프 파인즈? 를 보면서 자꾸 베니 생각이 났다.
왜 비슷하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투 탓인가.
일단 틸다 스윈튼, 레아 세이두 같은 짱짱한 배우들이 조연으로 등장해서 깜짝이 놀랐고,
맨 처음 시작에서 뭐였더라 정확한 대사가 기억이 안 나!
사람들은 작가가 캐릭터를 만들고 세계를 창조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캐릭터들이 맘대로 튀어나와 제멋대로 행동하는 거라고.
그 장면에서 김영하가 떠올랐다. 김영하의 에세이에도 그런 대목이 나온다.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소설 속 주인공들이 맘대로 움직이고 행동하는 것을 자신은 기록할 뿐이라는.
한장면 한장면 무척 예쁘고 마치 한 편의 잘 만들어진 그림 동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힘과 폭력, 그리고 돈.
이런 것들에 함몰되지 않고 아름다운 것들을 지켜 나가려면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구스타브가 뿌리고 다니는 파나쉬 향수처럼,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 아무리 안 좋은 환경에 놓여도 이것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그 자존심이랄까.
그리고 멘델스의 디저트와 옥수수 스프다.
작지만 아름다운 것, 순간의 행복,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
그런 의미에서- 감옥의 검사관이 멘델스의 디저트 만큼은 잘라서 확인하지 못하고 들여보내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아무리 삶에 찌들어 냉혹한 사람이라도 아직 마음에 작게나마 보석처럼 지니고 있어,
그 예쁘고 가장 사랑스러운 것을 부수지 못하는 것 같아서.
그것이 삶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 있고, 삶이 있고, 예술이 있는 한 편의 동화를 본 느낌이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이 꿈꾸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있을 것이다.
내 속에도 아직 구스타브가 살아 있기를..!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는 이거였다.
"이미 오래 전에 구스타브의 세상은, 그가 들어서기 전에 이미 사라져 버렸다"
뭐 대충 이런 말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 그리고 그것도 인상깊었다.
마담 D가 가장 사랑했고, 자신을 위로해주었던 구스타브에게 남긴 물건도 '그림'이었고,
로비보이 제로가 아가타에게 남기고 간 것도 그 그림의 위치였다는 것.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끔찍한 사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던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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