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심보선의 시로 가장 많이 언급하는 <청춘>이 들어있는 시집. 처음에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당연히 여자일 것으로 생각했다. 왜인지는 몰라 지금 보면 중성적인 느낌인데, 첨 들었을 때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여자일 거라고 상상했었다.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이기도 하다. 나의 이야기이면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한. 시어들이 차갑고 딱딱한 느낌을 주는데 그러면서도 고동빛 늦가을 나무의 이미지. 헐리기 직전 공장의 시멘트벽 같은 느낌이 든다.
인상깊은 시들은 따로 옮겼지만 그 외에도 <먼지 또는 폐허>, <종교에 관하여>, <최후의 후식>, <狂人行路>, 그리고 예전에 이미 옮긴 바 있는 <청춘>.
오늘따라 가장 땡기는 건 <확률적인, 너무나 확률적인> 이었다.
"다들 사소해서 다들 무고하다" -<종교에 관하여>
"나는 모든 미래가 오늘의 치명적 오역이라고 믿는다" -<최후의 후식>
"검은 바다와 검은 하늘을 가까스로 가르는 수평선 위
의자를 박차고 일어선 유다의 낯빛처럼 창백한 보름달" -<최후의 후식>
"길 위에서 나는 두려워졌다. 대낮인데도 어둠이 날 찝쩍댔다. 어젯밤 잠 속에선 채 익지 않은 꿈을 씹어 먹었다." -<狂人行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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