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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영화

[스탠리 큐브릭]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 A Space Odyssey 
8.3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케어 둘리아, 개리 록우드, 윌리암 실베스터, 다니엘 리치터, 레오나르드 로시터
정보
SF, 어드벤처 | 영국, 미국 | 139 분 | -


와..

1968년에 만들어진 영화라니.


그리고 이건 영화라기엔 너무 예술적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작품 본거라곤 아이즈 와이드 셧, 로리타 밖에 없는데

그나마 본 것들 중엔 단연 이거시 최고입니다..


예술의 핵심이란 '일상성에 대한 배반'이라고 생각하는데,

68년도 당시 이것이 얼마나 충격적이었을지

지금 나에게도 얼마나 충격적인지

그리고 그려낸 방식조차 너무나 '낯설'어서

이건 뭐, 다른 영화들과 같은 명칭인 영화로 불러야 하는 게 미안할 지경.


수많은 영화들을 그 예술성의 정도로 스펙트럼화 한다면 이 영화는 단연 한 끝에 가 있을 것이다.

내가 가장 그 낯섦에 놀랐던 세 장면이 있다.


첫째는 할의 메모리가 삭제되며 '두렵다'고 말하는 장면.

인공지능에 불과했던 컴퓨터가 인간화되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거짓말을 이용하고,

불리한 상황에 처하자 자신을 변명하고 목숨을 애걸한다.

인간과 다르지 않은 이 컴퓨터가,

기억이 사라져가는 것을 느끼며  물기 없는 말투로 내뱉는 'I'm afraid'

기계같은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그 감정이 너무도 낯설게 느껴져 소름이 돋았다.





두 번째는 데이브가 경험한 우주체험.

이런 건 처음 봤다.

우주는 미지의 공간이긴 하지만, 책이나 미디어에서 접한 '상식적'인 우주의 모습이 있다.

까맣고, 어둡고, 모든 것이 패턴으로 움직이며 아름다운 것.

블랙홀처럼 휘몰아쳐 들어가거나 까만 공간 안에 떠다니는 별들.


하지만 여기서 몇 분동안 길게 이어지는 장면은 보통 상상하는 우주와는 다르다.

상식과 경험의 선을 뛰어넘는 우주의 모습이 새롭고, 낯설고, 심지어 무서웠다.


이렇게 상식의 선을 넓혀주는 것이 좋은 영화의 조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영화 순위에 들었던 인터스텔라가 쩌리가 되어버리는 순간..





마지막 장면은 방으로 돌아온 직후 데이브가 두려워하는 장면.

두 눈을 부르르 떨며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여있는데,

이 장면이 개인적으로 충격적이었다.


보통의 많은 우주영화에서는, 이미 준비된 우주비행사들이 우주로 나가거나

아니면 주인공들이 우주에 너무 익숙해있는 외계 생물체이기에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정도 이상으로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위기가 닥쳐 두려워할 뿐, 대부분의 경우 경이로움을 느끼거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두려움, 경외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우주에 대한 감탄.

하지만 사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 앞에 선 인간은 데이브처럼 두려워하는 것이 정상이다.

뭐가 있을지 모르고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런 철저한 물음표의 공간.


아, 엄청나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