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디스 창고/문학
[문인수] 이것이 날개다
비타민DDD
2015. 1. 13. 21:17
이것이 날개다
문인수
뇌성마비 중증 지체 언어장애인 마흔두살 라정식 씨가 죽었다.
자원봉사자 비장애인 그녀가 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
조문객이라곤 휠체어를 타고 온 망자의 남녀 친구들 여남은 명뿐이다.
이들의 평균수명은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 턱없이 짧다.
마침, 같은 처지들끼리 감사의 기도를 끝내고
점심식사중이다.
떠먹여주는 사람 없으니 밥알이며 반찬, 국물이며 건더기가 온데 흩어지고 쏟아져 아수라장, 난장판이다.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정은 씨가 그녀를 보고 한껏 반기며 물었다.
#@%, 0%.$&%ㅒ#@!$#*?(선생님, 저 죽을 때도 와주실 거죠?)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왈칵, 울음보를 터트렸다.
$#.&@/.%,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
입관돼 누운 정식씨는 뭐랄까, 오랜 세월 그리 심하게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이제 비로소 빠져나왔다, 다 왔다, 싶은 모양이다. 이 고요한 얼굴,
일그러뜨리며 발버둥치며 가까스로 지금 막 펼친 안심, 창공이다.
- 시집『배꼽』(창작과비평사,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