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 여행

(5)
카디프 이야기 _3일(2) 이날 찍은 사진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 닥터후 익스피리언스 구경을 마치고 나왔다. 돌아가는 기차 시간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 있었다. 날씨가 쌀쌀한 편이긴 했지만, 주변이 예뻐서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녔다. 저기 보이는 것이 회전목마. 바닷가 근처에 있는 회전목마는 언제나 약간의 쓸쓸함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딱히 분위기가 어두웠던 것도 아닌데, 뭔가 좀 슬픈 느낌이 들었다. 이 두 분은 이러고 꽤 오랫동안 앉아 계셨다. 모르는 사이라기에는 가까운, 아는 사이라기는 먼 정도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그러나 거리를 두고 앉은 뒷모습에 어쩐지 쓸쓸함이 묻어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나는 소심하니까 굳이 가서 앞모습을 보거나 말을 걸어볼 생각 따위는 콩알만큼도 하지 않았다. 역..
*닥터후 익스피리언스 이야기 본격적인 닥터후 전시 후기. 이 쪽이 입구다. 타디스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흐엉 다시 봐도 감격스러워.. 앞서 들어가시는 핑꾸머리 언니, 언니? 동생? 머리 색이 예쁘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앞에 표를 사는 곳이 있고 그 바로 왼쪽으로는 입장하는 문, 더 왼쪽으로는 차례로 간단한 스낵을 파는 바와 화장실이 있었다. 15분인가 20분에 한번씩 단체로 입장하는데 기다리는 곳 벽면에 붙어 있던 그림들. 원래 학생 할인이 있는데.. 주말에는 안 된다고 했다. 내가 간 날은 토요일이라서 할인을 받을 수가 없었다. 슬픔. 혹시나 화장실도 특이하게 생겼을까 해서 화장실에 가 봤다. 그러나 화장실은 닥터와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2시 줄에 맞춰 섰다.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님들, 혹은 친구랑 온 학생..
카디프 이야기 _3일 드디어, 고대하던 카디프 가는 날. 늦지 않도록 준비해서 나오느라 아침을 못 먹었다. 가면서 먹을 생각으로 역에 도착해 사과 하나와 커피를 샀다. 기차에 앉아 일기를 쓰며 사과를 먹어보고 싶었다. 이유는 없고 그냥 뭔가 있어보일 것 같아서..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 기차 하니까 생각난 게, 당시 민박에서 같은 방에 묵었던 언니들도 이후에 만난 사람들도 모두 영국 에든버러를 찬양했다. 유럽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여행지로 꼽히는 걸 보면, 좋긴 좋나 보다. 다음에 꼭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카디프는 짱이었다. 영국 드라마인 닥터후 익스피리언스 전시를 보러 일정에 넣은 것이었지만 도시 자체도 무척 근사했다. 역에서 내려 화장실을 찾느라 한참 헤맨 후에 길을 따라 시내 쪽으로 내려왔다. 나의 GPS 사용 ..
런던 이야기 _2일 둘째 날. 런던에 왔으니 뮤지컬을 봐야지, 하고 민박집 팜플렛을 뒤적거렸다. 원래는 퀸 음악으로 만들었다는 '위 윌 락유'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무산. 대각선 침대에서 로션을 바르던 언니가 "나 어제 보고 왔는데 공연 끝나기 직전이라 아마 자리 안 풀릴거야" 라고 알려주었다. 감상을 물어보니 무지 재미있었다고 해서 더 속상했다. 일단 찾아가보는 시도 정도는 해볼 수도 있었으나, 며칠 안 되는 런던 일정이라 쉽게 포기했다. 남은 좌석이나 예약 취소된 자리를 싼 가격에 노려야 하는 나로서는 선택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매일 아침 10시부터 각 극장에서 파는 데이시트를 사거나 레스트 스퀘어에서 싸게 풀리는 표를 사는 방법이 있는데 아침부터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검색해보다, 데이시트 표를 노려야겠다 마음을 먹었..
런던 이야기 _1일 2014년 5월 29일. 대학교 2학년, 가겠다고 울고 불고 난리 피우다 아빠한테 몇 대 맞을 뻔해가며 훌쩍거렸던 유럽에, 그 중에서도 내가 꿈꿔 마지 않던 닥터가 밟았던 도시인 런던에, 도착했다. 얘는 내가 여행 기간 내내 들고 다녔던 목베개 토깽이. 보기엔 귀엽게 생겼지만 목은 하나도 편하지 않다. -_- 기차 이동시간이 많아 목 편하고자 가져갔는데 목 진짜 불편. 담 걸릴 뻔 했다. 저런 표정을 하고 있어 차마 버리지도 못하고.. 생긴거랑 달리 부피는 또 엄청나서 출발 하루 만에 끙끙대고 들고 다녀야 하는 짐이 됐다. 그래도 생긴 게 귀여워서 어딜가나 환영받았다. 역시 목베개 세계에도 외모지상주의.. 프라하에서 묵은 민박집 이모는 청소할 때마다 얘가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 자꾸 흘끔거렸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