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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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신
배신이란 뭘까? 믿고 있던 신뢰를 저버리는 것. 신뢰란 뭘까? 믿는 것. 믿는 것이란 뭘까. 믿음이란 뭘까 내 마음의 일부를 뚝 떼어서 상대에게 내어주는 것 지금나는 뚝떼어진 심장 귀퉁이를 들고 주었다가, 다시 돌려줘 주었다가, 다시 돌려줘 이러고 있다. 누군가에게 주기 위해 떼어낸 심장은 다시 붙일 수 없어서 그래서 믿음을 저버리는 일은 마음을 버려야 하는 일 오고갈 데 없는 이 마음을 어디에 버려야 하나 나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내가 가장 초라한 순간에 나를 저렇게 버릴 수 있을까? 내가 가장 속상할 순간에 알아채고 내 옆에 서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어떤 자리에 어떤 자세로 있든 나를 일으켜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이 블로그를 한참 할 때는 스물 몇 살의 어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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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누군가를 싫어하는 일
누군가를 싫어하는 일에는 체력이 많이 든다.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나는 그래서 누군가를 싫어하는 일을 보통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를 싫어하지 않는데도 나는 미움을 많이 받는 편이다. 나는 누군가를 쉽게 싫어하지 않지만, 또 누군가를 쉽게 좋아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인 세상 속에서 나는 때때로 이방인이 된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 종류는 여럿이 있지만 대부분 비슷한 결을 지녔다는 걸 오늘 깨달았다. 1. 강약약강 2. 앞뒤 다른 것 3. 자신의 생각 없이 앵무새처럼 사는 사람들 4. 내 힘으로 당신을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 5. 약한 사람 놀리고 따돌리는 것 6.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가지고 괜한 오기 부리는 따분함 7. 과한 쇼오프 내가 정말 이해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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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명동 편집샵 FLASK 플라스크 방문기
피크닉에서 명상 전시를 보고 작가님과 보쌈정식을 먹은 뒤 요즘 핫하다는 플라스크에 방문했다. 명동에 사람이 너무 없고, 밥집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태라 마음이 아팠음. 코로나19 제발 물러가라! 찾아가는 길은 크게 어렵지 않았고, 간만에 날이 맑아 남산이 다 보였다. 1층은 문구류, 인테리어 소품, 가방, 옷, 향수 등을 팔고 있었고 2층은 문샤인 카페, 3층은 쏘 레트로한 느낌의 독특한 상품들 + 중고 LP를 파는 공간. 원래 작가님이랑 커플템 장만하러 갔는데.. 딱히 1층 상품들은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3층으로 직행 2층 문샤인 카페는 매우 널찍했고, 처음 들어보는 상호다 싶었는데 '호주의 스페셜티 로스터리'라고 본인들을 소개하고 있었음. https://moonshinecoffee.com.au/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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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PICNIC Mindfulness 명상 전시 후기
좋아하는 아리 작가와 피크닉으로 명상 전시를 보러 다녀왔다. 류이치 사카모토 전에 이어서 두번째 피크닉 방문.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 시대 노마드형 인간들에게 필요한 '명상'에 관한 작품들을 큐레이션해놓은 전시였다. 코로나19 때문에 네이버 예약에서 따로 시간대를 예약해 가야 하고, 가서도 문진표 작성, 큐알코드 확인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전히 길찾기는 어려웠고, 하지만 마찬가지로 여전히 전시는 좋았다! -죽음과 함께하는 삶(Being With Dying) : 차웨이 차이(Charwei Tsai), 미야지마 타츠오(Miyajima Tatsuo) -수행(Practice) : 박서보 + 원 오브 제로(Park Seo-Bo + 1 OF 0), 자오싱 아서 리우(Jawshinf Ar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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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MOON*P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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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완경完經/ 김선우
"엄마, 폐경이 아니라 완경이래 완경. 파티 해줄게" 시 한편 보냈더니 엄마가 고맙다고 웃는다. 완경(完經) / 김선우 수련 열리다닫히다열리다닫히다닷새를 진분홍 꽃잎 열고 닫은 후초록 연잎 위에 아주 누워 일어나지 않는다선정에 든 와불 같다 수련의 하루를 당신의 십년이라고 할까엄마는 쉰살부터 더는 꽃이 비치지 않았다고 했다 피고 지던 팽팽한적의(赤衣)의 화두마저 걷어버린당신의 중심에 고인 허공 나는 꽃을 거둔 수련에게 속삭인다폐경이라니, 엄마,완경이야, 완경! 십여년 전 쓴 시 중에 ‘완경’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폐경이라니, 엄마, 완경이야, 완경!” 이런 시를 쓰게 된 것은 많은 여성들이 ‘폐경기우울증’을 겪는 게 안타까워서였다. 여성의 일생에서 매우 중요한 신체 변화기 관문에서 부딪히는 ‘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