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juliafullerton-batten.com/small.html
독특한 감성으로 10대 여자아이들을 담아낸 호주의 여성 사진작가 줄리아 플러튼 바텐
juliafullerton-batten이 풀네임이다.
주제는 10대 소녀들.
그녀의 작품 속에 보이는 소녀들은 모두 감정이 없어 보인다.
팬티만 입은 채 하얀 집들 앞에서 자고 있거나,
소파 위나 차도 앞 잔디밭 위에 온 몸이 꺾인 채로 쓰러져 있다.
화물선 앞 바다에 둥둥 떠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관심을 쏟는 이는 아무도 없다.
거대한 몸집을 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무시받는다.
그들은 외롭고, 혼자다.
어딘가 몽환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한편 섬뜩하다.
보통 10대 소녀라고 하면 발랄하고 귀여운 철부지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데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녀들은 차갑다. 차가우면서도 기괴하다.
나의 10대 때가 떠오른다.
나의 중3~고3 시절도, 발랄 철없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차갑도록 차가운 색깔
고요, 아무런 파동도 없는 강물 속에 한없이 침잠하는 듯한 느낌.
나를 제외하면 너무나도 잘 돌아가는 세상.
나 하나 빠져도 상관 없을 것 같은 세상.
그 속에서 나는, 소녀들은 큰 존재가 되고 싶었지만 사실은 작은 존재였다.
소녀들의 몸집이 거대한 앨리스처럼 커다랗게 그려지는 건 아마 이런 이유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숲의 이미지.
초록색 푸른색 속에서 소녀들은 수영복만을 입은 채 무기력하게 자리한다.
그대로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것도 같다.
그대로 굳어 나무가 되어버릴 것 같은 느낌.
근데 생명력은 안 보인다.
죽어있는 듯한 느낌.
성장이 다 되고, 뭔가 정체된 듯한 느낌.
소녀들은 때때로 똑같이 보이고 싶어하고,
또 똑같이 보여지기도 하지만
그들 가운데서 자행되는 차가운 칼부림.
상처주고, 상처주고, 상처받는다.
우린 이 소녀들을 보고
그들을 순수하고 발랄한 소녀들이라 규정지을 수 없다.
그리고 모성애.
그녀는 아이를 등에 태우고 있다.
보통 모성애를 표현할 때 보여주듯 가슴에 안고 있지 않다.
아이는 엄마로 보이는 여성의 엉덩이에 얼굴을 묻고 잠을 자고 있다.
그녀의 표정에도 동요가 없다.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
그녀에게 아기는 그냥,
심하게 말하면 하나의 짐처럼 보이기도 한다.
만약 이 여성도 10대라면, 미혼모 얘기를 다루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리고 10대 미혼모들에게 아이는 더욱 더 큰 짐이겠지.
여성학에서 늘 말하는
"사회로부터 강요된 모성애"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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