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작은 것을 공부하고, 배우고, 탐하며 살아가는가.
영화라는 것이 나에게 이렇게 큰 쓰라림과 부끄러움을 줄 수 있는가를, 지슬을 보기 전에는 몰랐었다.
뭐라고 리뷰를 써야 할 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저 먹먹해져서, 또 내 자신이 부끄러워져서, 알아야 할 것을 알지 못하고 안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안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던 나의 모든 삶이 비루하게만 느껴졌다.
오멸 감독의 <지슬>이 얼마나 완성도 높은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지.
또 그 내용들이 얼마나 예술적인 구도를 가지고 형상화가 되어 있는지.
영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넋을 놓고 볼 정도로 아름다운지.
영화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얼마나 균형적이고 캐릭터들 또한 얼마나 인상적인지.
이런 것을 이야기하기조차 너무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아무 말도 못 하겠다.
그냥 하나의 예술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화 자체가 작품이긴 하지만, 아름다운 그림 한 폭을 본 것과 같은 느낌이다.
공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오멸감독이 매우 뛰어나다고 느꼈던 점은 공간의 사용이다. 동굴, 땅구멍, 그리고 그 속에 우겨넣어진 많은 사람들. 상징적이면서도 재미있다.
아, 글을 쓸 수록 내 이야기가 영화의 감동을 망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인지 -_-
뭐 비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늘 그렇듯, 보기는 힘들다. 마음이 아파서.
하지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1948년부터 1956년까지 제주도 좌익세력 토벌 작전으로 당시 제주도민의 10%인 3만 여 명이 학살당했고 그 중 90% 이상이 민간인이었다'라는 문장 하나, 책 한 줄의 안타까움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 내가 그랬다. 부끄럽지만.)
영화의 퀄리티가 높아서 나의 부끄러움의 강도와 안타까움의 강도가 더욱 높았던 것 같다.
지슬이 흥행해서 많이들 보고, 정말 죽은 사람들의 넋을 기릴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도 그렇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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