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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문학

[밀란쿤데라] 이별의 왈츠



이별의 왈츠

저자
밀란 쿤데라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09-2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이 기다려 온 쿤데라 작품의 결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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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1 그는 개 등을 긁어 주면서 방금 자신이 목격한 광경을 생각해 보았다. 장대로 무장한 늙은이들이 그에게는 감옥 간수들, 예심 판사들, 그리고 이웃이 장을 보며 정치 얘기를 하는지 염탐하는 밀고자들과 혼동되었다. 그들로 하여금 그 끔찍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게 과연 무엇일가? 고약함인가? 물론이다. 하지만 질서에 대한 욕망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질서에 대한 욕구란 인간 세계를 무생물의 통치 체계, 즉 그 속에선 모든 것이 개인을 말살하는 규칙에 ᄄᆞ라 움직이고 작동하며 또 그 규칙에 종속되는 그런 통치 체계로 변화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질서에 대한 욕구는 동시에 죽음에 대한 욕구다. 왜냐하면 삶은 끊임없이 질서를 위반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반대로 질서에 대한 욕구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증오가 자신의 가혹 행위를 정다화하고자 내세우는 고상한 구실이다.

 

p.159 사랑이 주는 즐거움의 세계 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지 못한 자들은 그들이 보는 외양으로만 여자를 판단하죠. 그러나 여자를 진정으로 아는 이들은, 눈이란 여자가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 중 아주 미미한 부분밖에 보지 못한다는 걸 알죠. 의사 선생, 사랑을 하고 자식을 낳도록 신이 인류를 만들었을 때, 그는 아름다운 자만큼이나 추한 이들도 생각했던 겁니다. 게다가 나는 미적 기준이란 신에게서 온 게 아니라 악마에게서 왔다고 확신해요! 천국에선 누구도 추함과 아름다움을 구분하지 않죠.

 

p.162 자신의 원주 앞에 있는 아르키메데스, 바위 더미 앞에 선 미켈란젤로, 시험관 앞에 선 파스퇴르, 인간의 삶을 변형하고 실질적인 역사를 만든 사람들은 바로 그들, 그들뿐이야. 반면 정치가들은..

   

p.256 당신의 더러운 손톱과 구멍 난 스웨터가 유사 이래 새로운 건 전혀 아니지요. 예전에도 인습에 대한 자신의 경멸을 과시하며 모두의 찬사를 들으려고 구멍 뚫린 외투를 입고 아테네 거리를 으스대며 걷던 냉소적인 철학자가 한 명 있었어요. 어느 날 소크라테스는 그와 마주치자 말했습니다. ‘당신 외투 구멍에서 난 당신의 자만을 봅니다.’ 라고요. 선생, 당신의 더러움도 일종의 자만이에요. 당신의 자만은 더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