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지나면 자리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맘 놓고 있던 중 엑소더스 때문에 아이맥스 상영이 12월 2일인가를 마지막으로 내린다는 글을 보았다. 그 날은 하루 전이었다. 허겁지겁 예매 창을 켰는데 왕십리고 용산이고 다 차고 없었다. 상암에는 몇 자리 남아있었지만 첫째줄 아니면 둘째줄. 어쨌든 이거라도 보긴 봐야지, 하고 부랴부랴 예매를 했다.
눈물은 극초반에 터졌다. 몇번이고 코끝이 찡해졌다. 조조로 보는 바람에 먹으려고 사간 파니니와 커피를 그대로 도로 들고 나와야 했다. 거의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지만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진짜 긴장감 최고 몰입도 최고 버릴 장면이 단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재밌어.. 너무 재밌어.. 똑같이 '그래비티'를 중심 주제로 삼고 있으면서도, (하나는 주제의식이랄까, 결국 나타나는 핵심이 그래비티- 하나는 중심 소재가 그래비티-) 깊이가 다른 느낌.
놀란은 정말 매혹적인 주제를 다 하나씩 건드리는 것 같다. 꿈, 기억, 마술, 우주까지! 하나같이 매혹적이고 흔하게 건드리면 한없이 흔해질 수 있는 소재들을 엄청나게 멋드러지게 요리해낸다. 진심 대박. 결말이 해피앤딩이라, 그 중간 과정이 조금이라도 뻔하면 진짜 뻔해질 수 있는 얘기였는데- 뻔하지 않게 만든 다양한 장치들도 그렇고, 맨 첨에 다큐처럼 등장하는 장면도 그렇고, 화면 자체가 스펙터클하고 내용도 무진장 짜임새 있어서 해피앤딩인 것이 하나도 작위적이거나 어설픈 희망타령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래비티가 그냥 커피라면 인터스텔라는 진심 티오피.. 그래비티도 나름 재밌게 봤는데 인터스텔라 보고 쩌리됐다. 진짜 우주는 너무 멋있어.. 그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너무 완벽했고 그걸 담아낸 화면도 너무 완벽했다. 매혹적인 블랙홀과, 그 엄청난 복선들! 내가 과학지식이 많이 딸려서 과학적인 부분은 이해가 어려웠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는 정도. 이제 곧 책도 나온다니까 책도 읽고, 관련 기사들도 다시 읽어보고 일단 4D를 보겠다. 그리고 나서 재개봉 하면 아이맥스로 다시 봐야지.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만다"
요즘 내게 자주 보이는 문구다. 얼마 전에 무지 감명깊게 읽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제이가 한 말이기도 한데, 내가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인생 최고의 영화로 등극시킨 인터스텔라에서도 이 얘기가 나와서 움찔 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만다. 안심이 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한 말.
이런 것들이 내 삶에 다가오면, 나는 또 의미 부여를 한다. 우주가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
아 우주 너무 좋아 우주!
'타디스 창고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카무라 요시히로] 백설공주 살인사건 (0) | 2014.12.07 |
---|---|
[뤽 베송] 루시 (0) | 2014.12.07 |
[빔 벤더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0) | 2014.11.26 |
[프랜시스 로렌스] 헝거게임 : 모킹제이 part 1 (0) | 2014.11.22 |
[존 카니] 비긴 어게인 (0) | 2014.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