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가제로 할인폭 줄자
다른 업종이 도서 취급 신고
낙찰 수수료 노리고 입찰전
납품 난립에 동네서점 울상
“협상 방식 전환 허점 보완해야”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2011년 지역 단체와 주민들의 기부로 만들어진 마을배움터 청소년 도서관 ‘하랑’.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최근 납품업체가 난립하는 가운데, 성남시는 공공도서관 납품업체를 지역 내 동네 중소서점들로 지정해 주목을 끈다. <한겨레>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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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 "시행 2개월… 책값 더 내려야
육군 GOP 책 기증 운동도 시작… 더 깊고 넓고 다양한 책 만들 것"
할인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새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두 달 지났다. 공공도서관 등에서 빈틈이 발견됐지만 우려와 달리 연착륙하는 분위기다. 21일 서울 서교동에서 만난 윤철호(54)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도서정가제는 출판계가 우리 사회로부터 특별한 격려금을 받은 것과 같다"며 "좀 더 깊고 넓고 다양한 책을 싼 가격에 공급할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출판 불황은 읽을 만한 책을 만들지 못한 출판계 탓”이라며 “도서정가제라는 기회를 줬는데도 엉망이면 출판을 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고운호 객원기자
최전방 군 초소 300여곳에는 올 초 출판인회의 회원사들이 기증한 책 12만6000권이 들어간다. 육군과 함께 병영 문화 개선을 위해 GOP(일반전초) 및 해안 소초 생활관에 독서 카페를 만드는 사업이다. 윤철호 회장은 "책 읽는 부대에서는 구타도 없을 것이고, 미래 독자를 개발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육군참모총장이 특별히 부탁한 '미생'을 완비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이문열 삼국지 세트를 비롯해 구간 4000여종이 정가(定價)를 낮췄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스테디셀러가 많이 참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문화유통북스 통계를 보면 도서정가제 이후 신간 가격은 4.1% 내려갔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책값이 비싸졌다고 느낀다.
"과거에는 1만원짜리 책을 서점엔 6000원에 공급했고 서점은 30% 할인한 7000원에 파는 식이었다. 같은 책을 이젠 8500~9000원에 사야 하니 가격 저항이 있다. 할인 폭이 줄어 서점 출고율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서점과 소비자 모두 득을 보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미생'처럼 저렴한 보급판이 자꾸 나와야 한다."
―성인의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26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96분(문체부 조사)이다.
"책도 오락 도구인데 강력한 경쟁자가 많아졌다. 출판사들의 게으름도 있다. 기획부터 상품까지 업그레이드하진 않고 독자만 탓할 수는 없다. 홈쇼핑에서 파는 전집 사서 보면 읽기 어려운 게 많다. 10여년 동안 할인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콘텐츠 개발에 소홀했다. 소비자들이 만날 속나? 이젠 안 읽는 거다."
―개론서 수요는 있는데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책이 안 팔린다고 한다.
"난 생각이 다르다. 출판사도 문제고 저자도 문제다. 깊이 들어가더라도 읽을 수는 있게 만들어야 하지 않나. 출판사가 읽을 만한 책을 만드는 데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느냐 보면 '×판'이다. 독자가 안 읽는다고 불평하는 건 양심 없는 짓이다. 저술이 교수 업적 평가에 반영되지 않아 실력 있는 교수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개론서와 전문서 사이의 간격이 메워지질 않으니 백날 개론서만 읽는 셈이다. 독자가 얕은 물에서만 헤엄치니 우리 사회의 수준도 제자리걸음이다."
―편집자의 역량 하락도 문제다.
"텍스트를 이해하고 깊이가 생기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 편집자는 제목 장사 하고 필자 접대하느라 역량 축적이 안 된다. 나이 마흔이면 '퇴물'이다. 할인이 시장을 쥐락펴락하면서 10여년을 허송세월했다. 좋은 책 만드는 출판사가 돈 버는 구조가 돼야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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