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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문학

[김수영] 生活

 

시장거리의 먼지나는 길옆의

좌판 위에 쌓인 호콩 마마콩 멍석의

호콩 마마콩이 어쩌면 저렇게 많은지

나는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모든 것을 제압하는 생활 속의

애정처럼

솟아오른 놈

 

(유년의 기적을 잃어버리고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갔나)

 

여편네와 아들놈을 데리고

낙오자처럼 걸어가면서

나는 자꾸 허허…… 웃는다

 

무위와 생활의 극점을 돌아서

나는 또 하나의 생활의 좁은 골목 속으로

들어서면서

이 골목이라고 생각하고 무릎을 친다

 

생활은 고절(孤絶)이며

비애이었다

그처럼 나는 조용히 미쳐간다

조용히 조용히…… 

 

<1959.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