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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문학

[김지운] 김지운의 숏컷

 

글을 보면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 이게 너무 오만한 문장이라면 정정하겠다. 어떤 사람의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대충 알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착각이랄까, 아무튼 그런 게 든다.

감독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고, 또 내가 누군가의 글을 평가할만큼 스스로 글을 잘 쓴다거나 잘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책과, 이 에세이를 통해  내가 읽은 그는 좀 별로였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보니 글을 유려하게, 단단하게 잘 쓰리라고 기대하는 것도 잘못된 것 같지마는, 어쨌든 내가 예술하는 사람들에게서 기대하는 어느 정도의 깊이와 글빨이 있다.

그의 글에는 허세와, 어쭙잖게 웃기려는 겉멋든 수식과, 수많은 괄호들과, 진부한 표현들이 난무한다. 여러 책이라든지 영화에서 이야기를 가져다 썼지만, 영화를 잘 모르는 나에게도 뭔가 우와, 맞아 뻑감. 정도가 아니라 그저 그렇구나, 식의 흐름이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들을 나열한 일기 같은 것들은 재미있었지만, 또 막 엄청난 감동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사실 실망아닌 실망도 좀 했다. 물론 예술가는 그 작품으로 평가되는 것이 맞긴 하지마는 나에게는 아무래도 그 작자의 아우라랄까 카리스마도 작품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사실 미친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 보이고, 아주 작은 한 문장에서도 그 사람의 여러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파악되고 평가되어 왔겠지. 좀 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서 내실이, 알맹이가 크고 단단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