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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영화

[노예 12년 12 Years a Slave] ★★★★

 


노예 12년 (2014)

12 Years a Slave 
8.2
감독
스티브 맥퀸
출연
치에텔 에지오포, 마이클 패스벤더, 베네딕트 컴버배치, 브래드 피트, 루피타 니용고
정보
드라마 | 미국 | 134 분 | 2014-02-27

 

알몸으로 벗겨 이리저리 품평하며 노예를 사고파는 모습에서 베트남 여성들을 사고파는 우리나라 알몸면접 장사치들을 떠올렸다. 면접실에 쭉 서서 식은땀을 흘리는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을 생각했다. 노예들을 함부로 겁탈하는 장면에서는 청량리나 아현, 강남 바닥에 널리고 널린 성매매업소들을 떠올렸다. 몇 파운드의 목화를 땄는지 바구니의 무게에 따라 칭찬받거나 채찍질을 받는 장면에서는 고층 빌딩 아래 넥타이로 목졸려 일하는 모든 노예들을 생각했다. 일을 제대로 못해 노예가 된 백인 남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너무나도 가볍게 약속을 어기는 장면에서, 자신만은 언젠간 노예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꿋꿋하게 믿고 있는 멍청한 치들을 떠올렸다.

동료 여자 노예가 자신을 죽여달라 간곡히 하는 청을 주인공이 거절하는 장면에선 나의 비겁함과 나약함을 봤다. 사실은 내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을 뿐이지만, 죽음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안전한 변명거리를 들고 주춤대며 도망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봤다. 신을 돈으로 바꾸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사회가 된다. 내가 고된 현실을 살고 있는 것을 내 탓이라 돌리고, 천국이란 말로 행복을 미룬다. 도망가면 망할 거라고 겁주고 노예처럼 굴종시킨다. 사실은 잘못한 게 없는데도 그들의 말 한마디면 나는 잘못 살고 있는 사람이 된다. 지금 사회가 더 무서운 점이 있다면 스스로가 노예라는 점을 모른 채 스스로 자신의 목에 목줄을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KT에 유심비를 받아내려고 이틀에 걸쳐 고객센터에 '지랄'을 했는데, 한참을 얘기하다 보니 위에서 내려온 지시로 어쩔수없이 내 지랄을 받아내고 있는 그 사람이 불쌍해졌다. 화는 풀리지 않았고, 가능한 다른 방법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했고, 내가 원하는 답도 받을 수 없었지만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 사람도 죄송하다고 했다. 네이트 사건에서 고소해본 적이 있어 내 기분을 이해한다고 했다. 그 순간 죄송할 필요가 없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미안해야 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베니 분량은 많이 적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저런 역할이 참 잘어울린다. 셰임에서도 그렇고.. 맡은 배역이 항상 그래서 그런지 잘생겼는데도 불구 막 좋아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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