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시사회로 보여줘서 보게 된 영화! 용산 cgv에서 봤는데 배우들도 왔다. 맨 뒤 좌석이라 얼굴은 거의 못 봤지만은.
가해자의 인권은 어디까지 지켜져야 하는지, 아직 다 자라지 못한 미성년자이기에 피해갈 수 있는 수많은 책임들에 대한 다른 이들의 죄책감. 자기 자식에 대한 이기심. 범죄에 대한 책임의 정도는 또 누가 정하는가? "저는 죄값 다 치렀다고 생각해요"라는 말에서 <밀양>이 떠올랐다. 과연 신이나 법이 그를 단죄하거나 용서할 수 있는가. 그런 절대적 권력은 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죽은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이니까, 그를 토양 삼아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밟고 서야 한다는 생각에는 구역질이 났다. 물론 가해자가 그렇게 자라게 된 것 또한 사회와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된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다 다른 사람을 짓밟는 것은 아니다. 영화가 사실 피해자만을 중심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1차원적인 면은 없지 않아 있지만, 정재영의 연기와 경찰의 역할이 뭐여야 하는지(사실 지켜보겠다는 결론은 좀 너무 허망하긴 했지마는)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어서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대로 설득하는 데는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 장점도 그거고 비판점 찾는다 해도 그 부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용의자 x의 헌신을 쓴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의 책이 원작이라고 하는데, 배틀로얄도 그렇고, 일본도 청소년 문제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가보다. 씨디 한장에 담겨버린 여자아이의 죽음. 책임의 칼을 어디에 겨눠야 하는지. 6개월 뒤에 출소될 가해자인지, 정의라고 외치지만 법의 둘레 속에서 그들을 그리 쉽게 놓아버리는 경찰인지, 아니면 아이를 혼자 내버려 둔 자신인지, 아니면 아이를 혼자 둘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인지. 극 중 정재영의 분노는 방황하는 칼날이 되어 어디로 칼 끝을 겨눠야 할지 모르고 휘청댄다. 나보고 나쁘다고 할지 모르겠고 감정적이라고 할지도 모르겠고 그래서야 부는 대로 휩쓸리는 종잇장 같이 얇다고 뭐라 할지는 모르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영화에서만큼은 빵 하고 죽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목숨과 삶을 마치 쓰고 버릴 일회용품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세상에 너무 많다. 그들의 삶 속 인과관계라는 이성적인 일로 생각하기 앞서 울컥 화가 치민다. 내가 아닌, 내 가족이 아닌 죽음은 그냥 깨뜨린 물건 보상하듯 아무렇지 않게 치고 넘어가는 모습에 화가 났다. 그것이 진실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가장 편하게 이해해버리는 오역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새롭게 알려지는 범죄들에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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