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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힘들때면 그렇듯이 먹는 게 삶의 낙이 되고 있다.
아직 월급을 받은 것도 아니니까 이것저것 비싼 걸 처먹을 수는 없지만
작게 작게 군것질을 엄청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고생하는데도 살이 안 빠짐.
점심은 늘 22불짜리 햄버거 세트에, 정크푸드에 환장하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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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참 친절하다.
같이 힘든 일 한다는 동류의식인가
가게 앞 아저씨도 거의 매번 인사를 해주고
내가 어제 가는 길에 전단 받아 간 이후로
옆에서 전단지 돌리는 아저씨도 친절하게 잘 대해준다.
물론 말이 통하는 건 아니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은 천사분에게 공짜로 얻은 간이 의자를 가지고 다니는데
어제 그게 잘 안 펴져 있었더니 뭐라고 막 얘기하다가 펴는 거 도와주시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너무 피곤하다보니
눈마주칠 때마다 인사하는 게 귀찮아 자꾸 눈을 안마주치려고 하게 된다..
나란놈.... 배은망덕.. 근데 어떡해 웃는 것조차 너무 피곤하단말이야 엉엉
게다가 슈퍼나 이곳저곳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 친절하다.
뭐랄까, 일본처럼 방긋방긋 웃는 모드의 친절함은 확실히 아닌데, 츤츤거리는 매력이 있다.
말을 그렇게 따뜻하게 하는 건 아니지만
점원들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츤츤따뜻함이 있는 듯하다.
오히려 일본처럼 앞에서 겁나 깍듯하게 친절하고 뒤에서 딴 생각 하는 것 보다는
툭툭 내뱉지만 츤츤인게 더 나은 것 같아..
뭐 한국 문화가 요새 인기 많아서 그런것일까 생각도 해봤는데
나는 일본인같이 생겼잖아? 그러니까 아마 그건 아닐거야.
어제 마트 아주머니가 잃어버릴 뻔한 내 의자 맡아놔줘서 이러는 건 .. 맞는 것 같다.
뭐 이렇게 생각했으니 곧 반례로 삼을 법한 일이 생기겠지?
이것은 인생의 진리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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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맞는 것 같다.
뭐 이것저것 도모하려고 하다가는 좌절감만 커지고..
일어난 일은 이렇게 될 일이었던 것이고 내일 일어날 일도 그렇게 될 일이었던 것이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원인의 파편들이 있어서 나는 그것들을 모두 예측할 수 없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상황을 충실히 즐기거나, 슬퍼하며 사는 것이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고
재미있는 일이면 in 재미 없는 일이면 out
게다가 내 성격의 특성상, 어떤 생각에 한번 매여버리면
매일 그 생각만 하느라 감정소모가 큰 편인데
그러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나는 내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걸로 만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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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튼 요즘 일을 하다보니 매우 피곤한데
그래서인지 그냥 아무 생각이 안 든다.
그냥 모든 것을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고민해가며 내가 얻을 것들 내가 잃을 것들을 고민하곤 했는데
막상 닥치면 그런 고민들이 모두 쓸데없게 되더라.
그냥 뭐랄까, 다른 큰 걸 바라는 것은 아니고
내가 닥친 상황들에 "그래- 만족해" 하며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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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즘 들어 느끼는 건데,
돈을 조금 받더라도 내가 쓸모있다고 느낄 수 있을만한 일을 하며 살고 싶다.
그렇다고 돈 조금 받고싶단 말은 아닌데,
하루 대부분을 쏟아야 하는만큼 '사는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나도 현실을 겪으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겠지만
이번에 세월호 1주기를 보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고, 세상을 좀더 괜찮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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