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나와 상관 있었다. 나는 어느새 연극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즐거운 연극이 아니었다. 나는 갑자기 나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막이 열렸고 무대로부터 찬바람이 불었다" -<삶의 한가운데> 중
거는 것이 없으면 얻는 것도 잃는 것도 없다, 라는 글귀를 어디선가 읽었을 때, 나는 정말 슬펐다. 그 때의 나는 딱 그랬기 때문이다. 관계나 미래 따위에 의미를 두지 않았으니 이 때문에 슬플 일도 없었고, 또 물론 기쁠 일도 없었다.
딱 바른 일상이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느낌. 갓 들어온 월급을 통장에 차곡차곡 쌓는 듯. 불안하지도 않고 예측 못할 일도 없는, 안정된 느낌이 참 좋았다.
이런 생활에 회의를 느낄 때 쯤, 마음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내가 지금껏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끝없이 동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니나처럼 끝없이 생(生)의 한가운데를 향해 돌진하는 그 열정이 탐났다.
꽤 적당한 시기에 책을 선물받게 됐고, 푹 빠져 읽었던 것 같다. 눈앞에 니나의 삶이 열렸고 그녀를 통해 본 나는 6년 전처럼 여전히, 삶의 한가운데를 빙빙 돌며 주변부만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를 두려워했고 내 모든 것을 까발려 보이는 것을 무서워했다. 나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머리로는 끊임없이 되뇌고 있었지만 행동하지 못했다. 무서웠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지금은,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녀처럼 용감하게 행동할 엄청난 용기를 느낀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살아야할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은 느낌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멋진 삶은 이 책 속에 담겨 있었다.
문득 수업시간에 읽었던 김영하의 소설 한 줄이 생각났다. 그림자를 만들고 싶다. 한번에 되지는 않겠지만 나는 지금 앉아 있는 자리에서 일어나 삶의 한가운데로 조금씩 걸어갈 것이다. 아마 몇년 뒤 언젠가는 중심부에 도착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2012년 6월 26일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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