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통조림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밀봉된 일상을 보여주는 여덟 단편으로 모였다. 여기에는 하루치 정량의 삶을 살아내는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비뚤어져 불안한 느낌을 자아내는 인물들이 있다. 입에 몇 조각의 꽁치 통조림을 털어넣고, 남는 시간 뉴스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이들은 삶이라는 작은 복사실에 갇혀있다. "종이에 살갗을 베는 일이 유일하게 상처가 되는 곳에서 복사광의 온기에 위로받으면서, 10원 단위의 거스름돈을 꼬박꼬박 내어주면서" 앞으로도 그곳에서 오랫동안 지낼 것이다.
소설 속에서 삶은 반복되는 일상일 뿐이며 죽음은 빈자리로 남게될 회사의 한 귀퉁이와 동일하다. 처치하지 못할 통조림과 사라진 자루일 뿐이다. 그들은, 혹은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설계된 인생을 사는 것에 분노하지만 한편 그 사실에 안도한다. 쇼윈도에 놓인, 도시의 특색을 우스꽝스럽게 과장한 뻔한 기념품의 모습이다. 누군가의 숨이 허망하게 끊어져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삶은 하루살이의 목숨처럼 지루하고 또 토끼의 눈처럼 빨갛다. 모두 작디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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