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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영화

[마크 웹] 500일의 썸머


500일의 썸머 (2010)

(500) Days of Summer 
7.8
감독
마크 웹
출연
조셉 고든-레빗, 조이 데이셔넬, 패트리샤 벨처, 레이첼 보스톤, 이베트 니콜 브라운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미국 | 95 분 | 2010-01-21

 

이게 몇번째 보는 거더라, '건축학 개론'과 '500일의 썸머' 같은 영화가 인기를 끄는 데는 이유가 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것, 그리고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게, 그리고 누가 나쁜놈이고 누가 착한놈인지를 영화에서 가려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실은 항상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 존재할 뿐. '건축학 개론'을 보고 남자들은 한가인을 쌍년이라, 여자들은 반대로 엄태웅을 쌍놈이라 외쳐대는 것 같이 말이다. 남자와 여자의 문제를 떠나서 이것이 '사람'의 문제이기에, 어느 쪽이든간에 항상 누구에게나 선택에 대한 변명거리는 있기 마련이다.

 

'500일의 썸머'가 '건축학개론'보다 더 나은 영화인 건, 이것이 사랑이야기만이 아니어서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사랑을 다루고 있지만, 그것보다 엄청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치 작은 수수께끼들이 하나하나씩 영화 전반에 뿌려져있는 것 같다. 볼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그 모두를 주워 담다 보면 이 자잘한 삶의 꼭지들을 한 영화 속에 담아낸 감독이 존경스럽다. 인생이란 게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그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각기 우주에게 사랑받는 존재인지를 담고 있는 영화. 누가 우스갯소리로, 한 번 보면 썸머가 쌍년이고 두 번 보면 흔한 연애 이야기이고 세 번 보면 톰이 쌍놈인 영화, 라고 했었는데 나는 두번째 정도에 알았던 것 같다. 톰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였는가를, 혹은 두 사람이 얼마나 잘 안맞는 사이였던가를. 오히려 썸머가 얼마나 톰에게 기회를 많이 줬는가를!

 

영화, 눈물, 팬케이크 그리고 링고스타.  

 

마지막 장면은 언제 봐도 멋지다. 두번 비틀기의 미학. 무언가를 확신하는 순간 깨닫게되는 운명같은 반전! 나는 삶에서 일찌감치 이걸 깨달았었다.

 

안타까운 점은 이미 내가 확신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확신해버렸으니 나에게는 이런 반전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조차도 '혹시..'하는 마음이니 아마 내겐 평생 이런 반전같은 건 없을 것이다. 이래서 복잡하게 사는 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