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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탈출/홍콩 워킹홀리데이

오큐파이 센트럴에 대해서.


오늘 센트럴 쪽을 걷다가 시위대를 발견했다. 

경찰력에 대한 모욕을 그만둬라 이런 식의 피켓을 든 아주머니 무리들이 서 있었고

그 주위를 경찰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옆 쪽을 보니 기자들도 와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 바로 뒷편에 보니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한 100m 밖으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왠지 반대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그쪽으로 가봤다.




전부 중국말로 적혀있어 읽지는 못했지만 예상이 맞는 듯했다.

딱 봐도 오큐파이 센트럴 때의 일과 관련이 있어 보이긴 했는데,

나눠주는 전단도, 단상에 올라가 하는 말도 광둥어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친구들한테나 물어볼 생각으로 한참 동영상을 찍고 있는데 옆에서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한국인이냐고 물어봤고 그렇다고 했더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냐고 물었다.

오큐파이 센트럴 관련된 거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고 자세한 이야기를 설명해 줬다.


오큐파이 센트럴 때 정부가 경찰력과 심지어 용역까지 동원해 민간인 시위자들이 엄청나게 다쳤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경찰력을 강화하는 쪽의 법안을 만드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노란색이 상징하는 Civic Passion은 거기에 반대하고 있는 거라고.

본인도 9-10월 당시 시위에 참가했었다고 당시 찍은 사진 몇장도 보여주었다.

기사에서나 봤던 피흘리는 사람들의 사진도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 미디어로 접할 때는 사실 홍콩 시위대의 편에 100퍼센트 감정이입이 되었는데,

실제로 보고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좀 더 생각이 복잡해진다.

물론 중국, 홍콩 정부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대 쪽이 완전한 '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나눈 그 사람도 보통의 홍콩 사람이 그렇듯 중국 혐오가 매우 심해보였다.

몇 없지만 내가 만났던 모든 홍콩 사람들은 중국인을 싫어했고, 그 정도가 거의 혐오 수준에 가까웠는데

중국인이란 '돈만 많고 머리에 든 것 없이 우리를 갉아먹으려는 미개한 인간들'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나도 개인적으로 중국인들을 싫어하긴 하지만 사실 이런 게 민족주의가 맞긴 하지.

홍콩 사람들이 중국인들을 메뚜기 떼에 비교하고 중국인들이 홍콩으로 들어오는 것을 반대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까 이야기 하면서도 중국인들을 무시하고 못배우고 촌스러운 사람들로 묘사하며 웃었는데,

그 말에 묘하게 공감은 하면서도 사실 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껏 중국인들을 그렇게 싸잡아 온 나 자신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되면서.


시위대가 추구하는 방향은 옳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토 출신의 사람들에게 딱지를 붙여 배척하고 쫓아내는 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중국 정부에 대한 분노도 이해하고, 사실 중국인들이 다른 나라들을 야금야금 잠식해가고 있는 것도 맞지만

그것이 인간 개개인을 향한 분노로 표출되면 그것 또한 하나의 폭력이니까.


Civic Passion이 우익단체로 규정된다는 점에서도 한번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보고 들으니 이것저것 고민이 많아지고,

역시나 옳고 그름의 경계는 딱 잘라 그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