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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영화

[더테러라이브]



별점이고 나발이고, 별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 

본지 한참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한 글을 남기고 싶진 않았는데,  오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도 했고 블로그를 켜서 그냥 끄적끄적 해본다.

사실은 테러를 다룬 영화라길래 또 뻔한 오락+감동물이겠거니하고 별 기대를 안 했었는데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 나서 마음이 무겁고 어딘가 할 말을 잃었었다.

돈과 권력으로 움직이는 약육강식의 자본논리, 강한 자는 약한자를 먹고 약한 자는 가장 약한 자를 먹는다.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쓸모와 기능으로만 바라보는, 그러면서도 외부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무한정 포장하는 현대사회의 어이털리는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결국 쓸모에 따라 이용되다 팽당할 뿐인 수많은 '사람'들과 잘못은 잘못이지만 권력이 뒷받침하면 잘못이 되지 않는 더 근원적인 잘못들. 이 영화를, 무한 긍정과 낙관의 화신이던 그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영화관을 나오면서 강렬하게 들었다가 사라졌다.

웃긴 것은 이 영화가 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고 호평을 듣는다는 사실이다. 500만 관객 돌파했다는데, 그렇다기엔 현실과는 너무 다르지 않나, 결국 그 몇의 사람들은 이 영화마저도 오락의 하나로 소비하고 영화관을 나오며 "아 긴장감 넘치는 영화였다" 하고 탁탁 털어버리기 때문일 거다.

정이현이 <풍선>인가 하는 산문집에서 이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자신의 이야기가 칙릿이나 대중소설이 아닌 이유는 결말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였나,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런 뉘앙스였던 것 같다. 이 영화가 결코 "테러에 대한 정부의 위선적인 대처와 테러범의 안타까운 정체"만으로 끝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