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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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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 삼십대 삼십대 심보선 나 다 자랐다, 삼십대, 청춘은 껌처럼 씹고 버렸다, 가끔 눈물이 흘렀으나 그것을 기적이라 믿지 않았다, 다만 깜짝 놀라 친구들에게 전화질이나 해댈뿐, 뭐 하고 사니, 산책은 나의 종교, 하품은 나의 기도문, 귀의할 곳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 공원에 나가 사진도 찍고 김밥도 먹었다, 평화로웠으나, 삼십대, 평화가 그리 믿을 만한 것이겠나, 비행운에 할퀴운 하늘이 순식간에 아무는 것을 잔디밭에 누워 바라보았다, 내 속 어딘가에 고여 있는 하얀 피, 꿈속에, 니가 나타났다, 다음 날 꿈에도, 같은 자리에 니가 서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너랑 닮은 새였다 ( 제발 날아가지 마 ), 삼십대, 다 자랐는데 왜 사나, 사랑은 여전히 오는가, 여전히 아픈가, 여전히 신열에 몸 들뜨나, 산책에서..
[심보선] 어찌할 수 없는 소문 어찌할 수 없는 소문 심보선 나는 나에 대한 소문이다 죽음이 삶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불길한 낱말이다 나는 전전긍긍 살아간다 나의 태도는 칠흑같이 어둡다 오지 않을 것 같은데 매번 오고야 마는 것이 미래다 미래는 원숭이처럼 아무 데서나 불쑥 나타나 악수를 권한다 불쾌하기 그지없다 다만 피하고 싶다 오래전 나의 마음을 비켜간 것들 어디 한데 모여 동그랗고 환한 국가를 이루었을 것만 같다 거기서는 산책과 햇볕과 노래와 달빛이 좋은 금실로 맺어져 있을 것이다 모두들 기린에게서 선사받은 우아한 그림자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쉽고 투명한 말로만 대화할 것이다 엄살이 유일한 비극적 상황일 것이다 살짝만 눌러도 뻥튀기처럼 파삭 부서질 생의 연약한 하늘 아래 내가 낳아 먹여주고 키워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정말 아무 것..
[심보선] 노래가 아니었다면 노래가 아니었다면 심보선 결점 많은 생도 노래의 길 위에선 바람의 흥얼거림에 유순하게 귀 기울이네 그 어떤 심오한 빗질의 비결로 노래는 치욕의 내력을 처녀의 댕기머리 풀 듯 그리도 단아하게 펼쳐놓는가 노래가 아니었다면 인류는 생의 완벽을 꿈도 꾸지 못했으리 강물은 무수한 물결을 제 몸에 가지각색의 문신처럼 새겼다 지우며 바다로 흘러가네 생의 완벽 또한 노래의 선율이 꿈의 기슭에 우연히 남긴 빗살무늬 같은 것 사람은 거기 마음의 결을 잇대어 노래의 장구한 연혁을 구구절절 이어가야 하네 그와 같이 한 시절의 고원을 한 곡조의 생으로 넘어가야 하네 그리하면 노래는 이녁의 마지막 어귀에서 어허 어어어 어리넘자 어허어 그대를 따뜻한 만가로 배웅해주리 이 기괴한 불의 나라에서 그 모든 욕망들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
[OneRepublic] Something's Not Right Here Come, come, my dear Take flight, come near I see your fear creeping around you First love, then hate, then love, no, wait Your confusion, it's gonna kill me I broke for you, I woke for you You taught me through, God love you, I see the signs are out of line No fault of mine Except for don't say his name now I'm breaking out, something ain't right here You're falling out something ain't right her..
[심보선] 확률적인, 너무나 확률적인 확률적인, 너무나 확률적인 심보선 오래된 습관을 반복하듯 나는 창밖의 어둠을 응시한다, 그대는 묻는다, 왜 어둠을 그리도 오래 바라보냐고, 나는 답한다, 그것이 어둠인 줄 몰랐다고, 그대는 다시 묻는다, 이제 어둠인 줄 알았는데 왜 계속 바라보냐고, 나는 다시 답한다, 지금 나는 꿈을 꾸고 있다고, 그대는 내 어깨 너머의 어둠을 응시하며 말한다, 아니요, 당신은 멀쩡히 깨어 있어요, 너무 오랜 고독이 당신의 얼굴 위에 꿈꾸는 표정을 조각해놓았을 뿐 이 밤에 열에 하나는 어디론가 떠나고 열에 하나는 무척 외로워질 수 있다, 그리고 열에 하나는 흐느껴 울기도 한다, 이 밤에 그대와 내가 이별할 확률( = 0.1 x 0.1 x 0.1 )을 떠올리면 내 얼굴은 저 높이 까마득한 어둠 속 백동전으로 박힌 달 표면..
[밀란 쿤데라] 농담 농담저자밀란 쿤데라 지음출판사민음사 | 1999-06-25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문제... 이 우주를 관할하는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예측 가능한 것을 누구보다 싫어할 것이다. 재미없는 것, 완벽히 이해받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존재일 것이다. 인생의 발 아래에는 언제나 탄탄한 흙길이 놓였을 것 같지만 사실 반대다. 늪처럼, 이쯤이면 괜찮겠지, 하고 방심하는 사이에 어느덧 내 발목을 빨아들여 금세 나를 덮어 버린다. 나의 삶은 언제나 예측가능한 것에서 시작해 예측가능하지 못한 결말을 맞이한다. 나는 내 삶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마지막엔 언제나 누구나 제 삶을 통제하는 데 실패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내가 바라는대로 완전 무결하고, 어떤 것에..
[리차드 링클레이터] 보이후드 보이후드 (2014) Boyhood 8.7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 출연 엘라 콜트레인, 에단 호크, 패트리샤 아케이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 엘리야 스미스 정보 드라마 | 미국 | 165 분 | 2014-10-23 삶은, 한 편의 영화다. 삶은 연속적으로 이루어져있고, 영화에서처럼 큰 결절점들이 있어 우리는 지금도 그 사이를 수많은 '순간'들로 메우며 살고 있다. 어설픈 신인 배우인 우리는, 매 순간 뇌로부터 주어지는 작은 쪽대본을 들고 당장의 하루하루를 연기해나간다. 삶은 한 편의 영화지만 영화와는 다른점도 있다. 영화는 몇 번이고 재촬영이 가능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이미 순간을 놓친 이상 다시 그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재차 다시 연기한다 해도 그것은 또 다른 새로운 신에 지나지 않는다. 그..
[델리스파이스] 항상 엔진을 켜둘게 휴일을 앞둔 밤에 아무도 없는 새벽 도로를 질주했어 바닷가에 아직은 어두운 하늘 천평궁은 빛났고 차안으로 스며드는 찬공기들 기다릴게언제라도 출발할수 있도록 항상 엔진을 켜둘게 너와 만난 시간보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바닷가에 다시 또 찾아와 만약 그 때가 온다면 항상 듣던 스미스를 들으며 저 멀리로 떠나자 기다릴게 언제라도 출발할수 있도록 항상 엔진을 켜둘게 기다릴게언제라도 출발할수 있도록 항상 엔진을 켜둘게 돌아오지 않더라도 난 여기에 서있겠지 아마 엔진을 켜둔채
[데이빗 핀처] Gone Girl 나를 찾아줘 (2014) Gone Girl 7.5감독데이빗 핀처출연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닐 패트릭 해리스, 미시 파일, 킴 디킨스정보스릴러 | 미국 | 149 분 | 2014-10-23 에이미 미친 연기.. 하우스 오브 카드도 진심 개재미있는데 프랭크 부인 클레어 언더우드 느낌 난다. 클레어는 사이코패스까지는 아니지만 소시오패스? 완벽 강박주의 이런 거 있는데. 둘 다 아기도 없고, 완전 겹치는 이미지인듯. 생각해보면 닉 던도 정상은 아니므로 프랭크랑 비슷한 점도 있고. 어찌어찌 생각해보면 자신의 똘끼와 사이코패틱한 성향을 발견하고 인정해나가는 닉 던의 사이코패스 성장담;;; 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인터뷰에서 에이미를 이해하고 완벽한 모습을 보여냈듯이. "당신은 내가 원하는 당신이 되도록 노..
[웨스 앤더슨]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2014)The Grand Budapest Hotel 8.2감독웨스 앤더슨출연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토니 레볼로리, 시얼샤 로넌, 애드리언 브로디정보미스터리, 어드벤처 | 미국, 독일 | 100 분 | 2014-03-20 예쁜 어른용 동화 같은 느낌과 색감과 캐릭터들구스타브 역할의 랄프 파인즈? 를 보면서 자꾸 베니 생각이 났다. 왜 비슷하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투 탓인가. 일단 틸다 스윈튼, 레아 세이두 같은 짱짱한 배우들이 조연으로 등장해서 깜짝이 놀랐고,맨 처음 시작에서 뭐였더라 정확한 대사가 기억이 안 나! 사람들은 작가가 캐릭터를 만들고 세계를 창조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캐릭터들이 맘대로 튀어나와 제멋대로 행동하는 거라고. 그 장면에서 김영하가 떠올랐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