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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탈출/홍콩 워킹홀리데이

홍콩 워킹홀리데이 D+10



홍콩에 도착한 이래로 처음 비가 왔다.

많이 오는 건 아닌데, 부슬부슬하게, 촉촉할 정도로 온다.


여기 와서 여유도 없었고 늘 친구랑 함께여서 이어폰을 처음 껴 보았는데

노래들으면서 비오는 거리를 걷기도 하고 그러니까 뭔가 여유롭고 잠시나마 행복해졌다.

역시나 행복은 이런 일상적인 데 있는거여!



일하기로 했던 한국어 센터에 못하겠다는 말을 하고 왔다.

어떻게 보면 내가 진짜 원했던 일이고, 배려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결국엔 오히려 그 배려가 독이 될 것 같아서 안하기로 결정했다.


내 전공과도 맞고 어떻게 보면 재밌기도 할 것 같긴 한데

일단은 일주일에 4시간 무진장 파트타임이기도 하고 (이건 초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나의 호구로운 성격에 비추어 볼 때 그런 가족같은 분위기에 휘둘릴 확률이 높다는 게 거절의 주된 이유였다.

잘해주고 챙겨준다고 꼭 해야할 말도 못할 것 같았다... 응 난 못할거야 아마 못난아..


게다가 결정적으로 아직 일 시작도 안 했는데 어제 밤 11시 훌쩍 넘어 문자를 세개나 받았다.

자료를 확인하란 게 첫 문자였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예민한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리 어른이어도 메일도 아니고 그 시간에 문자를..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중요한 얘기도 아니었고, 원래 오늘 수업 하루 참관하러 가기로 했으니 그때 얘기하시면 될 건데

그런 문자를 밤에 받으니 사생활 침해 받는 느낌이기도 했고..

공지같은 걸로 생각하고 첫 문자에 답을 안 했더니 두개가 더 왔다.


내가 경력이 없고 어리고 하니까 원하는대로 부리려는지,

날 예쁘게 봐주시고 일 가르쳐주시려는 의도는 알겠고 고마운데

일 시작 전부터 그런 취급을 받아서는 나중에는 엄청난 간섭을 받을 것 같았다.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해도 적어도 지금은 여기서 그런 파트타임 일하며 눌러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데 

나중 가서 "내가 그렇게까지 편의 봐줬는데 지금 와서 그만두냐"는 얘기를 듣는 것도 걱정됐고.


무튼 이래저래 어제 밤에도 오늘 아침에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찜찜하면 안 하는 게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요 내가 고마운 걸 모르는 홍콩의 누운사람입니다.

서면 앉고싶고 앉으면 눕고싶고 그래서 누웠는데 누우니까 일어나기가 싫네 허허


그러니깐 나는 방금 오전에 시급 200HKD 짜리 직업을 거절하고 온 홍콩의 갑입니다. 

내가 홍콩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직업을 거절하고 온 홍콩의 갑갑입니다!!!!!!!!!!

블로그 별명을 갑비미로 바꿔야겠다.


그래 에라 나도 모르겠다

이렇게 퍼질러 놀다가 일이 결국 안 구해지면 그냥 돌아가면 되는거고,

그래도 나쁜 경험은아닐 테니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비가 오니까 그렇게 다른 곳에 이력서 좀 돌려보고 그러다 밥먹고 자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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