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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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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 배신이란 뭘까? 믿고 있던 신뢰를 저버리는 것. 신뢰란 뭘까? 믿는 것. 믿는 것이란 뭘까. 믿음이란 뭘까 내 마음의 일부를 뚝 떼어서 상대에게 내어주는 것 지금나는 뚝떼어진 심장 귀퉁이를 들고 주었다가, 다시 돌려줘 주었다가, 다시 돌려줘 이러고 있다. 누군가에게 주기 위해 떼어낸 심장은 다시 붙일 수 없어서 그래서 믿음을 저버리는 일은 마음을 버려야 하는 일 오고갈 데 없는 이 마음을 어디에 버려야 하나 나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내가 가장 초라한 순간에 나를 저렇게 버릴 수 있을까? 내가 가장 속상할 순간에 알아채고 내 옆에 서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어떤 자리에 어떤 자세로 있든 나를 일으켜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이 블로그를 한참 할 때는 스물 몇 살의 어린 ..
누군가를 싫어하는 일 누군가를 싫어하는 일에는 체력이 많이 든다.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나는 그래서 누군가를 싫어하는 일을 보통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를 싫어하지 않는데도 나는 미움을 많이 받는 편이다. 나는 누군가를 쉽게 싫어하지 않지만, 또 누군가를 쉽게 좋아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인 세상 속에서 나는 때때로 이방인이 된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 종류는 여럿이 있지만 대부분 비슷한 결을 지녔다는 걸 오늘 깨달았다. 1. 강약약강 2. 앞뒤 다른 것 3. 자신의 생각 없이 앵무새처럼 사는 사람들 4. 내 힘으로 당신을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 5. 약한 사람 놀리고 따돌리는 것 6.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가지고 괜한 오기 부리는 따분함 7. 과한 쇼오프 내가 정말 이해하지 못..
MOON*PUNCH
완경完經/ 김선우 "엄마, 폐경이 아니라 완경이래 완경. 파티 해줄게" 시 한편 보냈더니 엄마가 고맙다고 웃는다. 완경(完經) / 김선우 수련 열리다닫히다열리다닫히다닷새를 진분홍 꽃잎 열고 닫은 후초록 연잎 위에 아주 누워 일어나지 않는다선정에 든 와불 같다 수련의 하루를 당신의 십년이라고 할까엄마는 쉰살부터 더는 꽃이 비치지 않았다고 했다 피고 지던 팽팽한적의(赤衣)의 화두마저 걷어버린당신의 중심에 고인 허공 나는 꽃을 거둔 수련에게 속삭인다폐경이라니, 엄마,완경이야, 완경! 십여년 전 쓴 시 중에 ‘완경’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폐경이라니, 엄마, 완경이야, 완경!” 이런 시를 쓰게 된 것은 많은 여성들이 ‘폐경기우울증’을 겪는 게 안타까워서였다. 여성의 일생에서 매우 중요한 신체 변화기 관문에서 부딪히는 ‘말’에..
집주변 여행! 새로 생긴 아울렛 지점 영화관까지 걸어가기로 결정하고 나니 가는 길이 고민이었다. 짧게 가는 길이 있을텐데 한번도 걸어서는 가본적이 없었고, 그렇다고 아는 길로 빙 둘러 가기엔 시간이 아까운. 결국 모르는 길을 시도해보기로 결정했고, 그 결정 덕분에 많은 걸 깨달았다. 대충 어디쯤에 뭐가 있는지, 뭘 지나야 되는지는 알았지만 길은 몰랐다. 그래서 부러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만 골라서 갔다. 요상하게 생긴 길들을 지나고, 무성하게 자란 풀들에 다리를 긁히고, 고등학교 때부터 차로 숱하게 지났지만 한번도 들어가본 적은 없었던 농수산물 센터를 관통해 지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길은 항상 있더라. 도저히 건널 수가 없을 것 같은 왕숙천도, 물길을 따라 걷다보면 돌다리가 나온다. 끝날 것 같지 않은 풀길도 언..
과제물 창작의 이론과 실기 과제물 -시적인 것 찾기 @추석 시라는 것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는 것에서조차 아름다움(소중히 여기는 가치)을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추석을 지내며 시적인 것을 찾아보았습니다! @-1. 추석 전 날, 엄마와 함께 전과 산적을 부치고 있었다.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하는 요리에 신이 나기도 했고 추석 분위기에 기분이 따뜻했다. 오후 6시의 낭만적인 라디오가 부엌에 울려 퍼지고 있었고, 고소한 기름 냄새가 내 주위를 떠돌고 있었다. 행복에 젖어 먹다 남은 마지막 배 조각을 접시에 내려놓으려 아래를 보았을 때, 한 신문 기사가 눈에 띄었다. 교통사고 후 37번이나 재수술을 해야 했던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를 간병하던 중 할머니마저 암 투병을 하게 되었다는 사연을..
0416 오늘 하루 총 세 번 눈물을 쏟았다. 평소에 엄청나게 잘 우는 편도 아니고 요새 홍콩 나와있답시고 신문도 잘 안챙겨보는 나레기인데오늘은 정말 세 번이나 울어버렸다. 요새 알바 중에 JTBC 뉴스룸이랑 여러 팟캐스트를 다운받아 듣는데-처음 눈물은 뉴스룸에서 세월호 1주기를 언급하는 데서 터졌고두번 째 눈물은 맥도날드에서 점심 먹으며 인터넷 하다가 터졌다.세번 째 눈물은 그냥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터졌다. 아무래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였던 것 같다.오늘따라 홍콩의 날씨가 너무 좋아서살아서 오늘같은 날 지구 어디선가 이 따뜻한 햇살을 함께 받고돈 모아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아무렇지 않게 가족들과 문자를 나누고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같이 맑은 날, 이렇게 아픈 마음들 대신입을 옷..
#즐거움 #진우를 만났다. 군대 가기 전 구리에서 내가 잠깐 술자리에 들른 것 이후로 3년 만이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같이 과외를 했으니 알고지낸 지도 10년이 넘었다. 같은 중-고등학교를 나왔고, 고등학교에 올라가고 나서도 같은 과외에 다녔다. 나의 학창시절을 쭉 지켜본 거의 유일한 친구인 셈이다. 학년은 하나 아래지만 빠른이라 나이는 같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꼬박꼬박 누나라고 불러준다. 나는 특별하다면 특별한 과외를 다녔다. 지금은 학교 선배님이 된 남쌤은 가정집의 한 방 통째를 과외방으로 만들었다. 선생님은 수학만 가르치셨지만 시험기간이 되면 다른 과목도 봐주셨다. 그래서 모든 아이들이 온과목 문제집을 가져와 마치 독서실처럼 과외방을 드나들었다. 시험기간에 학교가 끝나면 무조건 과외방으로 갔다. 주..
2015년 드디어. 2015년을 밟았다.2015년이 내게 왔다.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 (긁적긁적)어떤 말로 해봐도 아직 완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직 2014년 이라고 써넣는 손의 움직임이 더 익숙하고 이천십사년-이라고 내뱉는 발음이 더 정겹다.2015년을 화면 위에 쳐넣는 손가락의 위치와, 이천십오년-이라고 발음할 때의 혀의 위치가, 낯설다. 어제, 그러니까 2014년의 마지막 날 나는 무엇을 했는가. 아침 9시에 일어나 공연히 달뜬 마음에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의 어릴적 내 사진들을 뒤적대다가 몇장을 골라내고.나의 쪼잔한 마음과, 그 쪼잔함이 늘상 불러일으키고야 마는 서러움에 잠깐 훌쩍이기도 했다. 올해의 다른 날과 다르지 않게 정시에 맞추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고,21살짜리 다른 알바생과는 다른 날과 다르..
- 나는 젊었고, 내가 누구인지, 누가 되고 싶은지 자신도 몰랐기 때문에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밀란 쿤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