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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글

0416 오늘 하루


총 세 번 눈물을 쏟았다.


평소에 엄청나게 잘 우는 편도 아니고 요새 홍콩 나와있답시고 신문도 잘 안챙겨보는 나레기인데

오늘은 정말 세 번이나 울어버렸다.


요새 알바 중에 JTBC 뉴스룸이랑 여러 팟캐스트를 다운받아 듣는데-

처음 눈물은 뉴스룸에서 세월호 1주기를 언급하는 데서 터졌고

두번 째 눈물은 맥도날드에서 점심 먹으며 인터넷 하다가 터졌다.

세번 째 눈물은 그냥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터졌다.


아무래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였던 것 같다.

오늘따라 홍콩의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살아서 오늘같은 날 지구 어디선가 이 따뜻한 햇살을 함께 받고

돈 모아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아무렇지 않게 가족들과 문자를 나누고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같이 맑은 날,

이렇게 아픈 마음들 대신

입을 옷이 없다고 엄마한테 투정도 부리고

공부는 안 하고 게임한다고 혼나기도 하고

한살 터울의 언니랑 투닥대고,

그렇게 모두가 아무럴 것 없는 4월의 16일을 보냈으면 좋았을텐데.


눈물도

허망한 죽음도

기다림도

슬픈 곡성도 없는.


푸른 하늘과, 바다와

무사히 도착한 아이들의 웃음 소리로만 가득찬 어느 봄날이었다면.


얼마 전에, 하늘로 간 언니에게 보내는 동생의 메시지를 봤는데

나도 여동생이 있어서인지 마음이 너무 아팠다.

지금까지도 자기 탓을 하고 있을 부모님들이 슬프다.


이미 그 자체로도 활짝 핀 꽃들이었지만

더 많은 열매를 맺어낼 아이들이었는데.

하늘보다도 더 큰 미래와 꿈을 짊어진 아이들이었는데.

하늘빛의 세상을 이고 있는 꽃들이 그렇게 물속에 잠겨갔을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린다.


말로는 그 슬픈 마음을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정말이지, 그 마음은 감히 내가 상상할 수 없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아픔들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들을 계속 기억하고, 관심 갖고, 함께 우는 일 뿐일까.

그 눈물이 떠나간 꽃들을 다시 살아돌아오게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잊히지 않는 이상 우리 모두는 어딘가에 살아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꽃들을 마음에 품고, 마음으로나마 하루하루 같이 살아가야지.


그리고, 한 단원고 학생의 언니가 말했던 것처럼

나쁜 어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늘에 가 누구를 만나더라도,

떳떳하게 나는 이런 어른이었다-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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