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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글

집주변 여행!


새로 생긴 아울렛 지점 영화관까지 걸어가기로 결정하고 나니 가는 길이 고민이었다. 짧게 가는 길이 있을텐데 한번도 걸어서는 가본적이 없었고, 그렇다고 아는 길로 빙 둘러 가기엔 시간이 아까운. 결국 모르는 길을 시도해보기로 결정했고, 그 결정 덕분에 많은 걸 깨달았다.


대충 어디쯤에 뭐가 있는지, 뭘 지나야 되는지는 알았지만 길은 몰랐다. 그래서 부러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만 골라서 갔다. 요상하게 생긴 길들을 지나고, 무성하게 자란 풀들에 다리를 긁히고, 고등학교 때부터 차로 숱하게 지났지만 한번도 들어가본 적은 없었던 농수산물 센터를 관통해 지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길은 항상 있더라.


도저히 건널 수가 없을 것 같은 왕숙천도, 물길을 따라 걷다보면 돌다리가 나온다. 끝날 것 같지 않은 풀길도 언젠간 끝이 난다.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은 아파트 단지도, 어떻게든 지나진다. 그렇게 새롭게만 걸어서 결국 목표했던 아울렛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란!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간편하게 택시로 혹은 최단거리로 가면 좋겠지만,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결국 내가 원하는 멋진 사람만 된다면 그 과정이 어땠든지 다 경험으로 남을테다. 왕숙천같은, 건널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내가 건널만한 다리가 하나도 보이지 않을 때. 그럴 때는 그저 길을 따라 걸으면 된다. 성장하지 않는 것 같아도, 멈춰있는 것 같아도 그렇게 걷다보면 언젠간 길이 나온다. 그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길을 건너면 그 뿐.


그리고 가끔은, 그렇게 새로운 길로 걸어보자.


아까 한참을 걷다가 작은 길들로 묶여있는 동네를 위에서 내려본다고 상상을 했다. 세상이 내 뇌라면, 나는 평소에 맨날 걷던 길로만 다니겠지. 새로운 길들을 다니면 새로운 것들을 보고 새로운 생각을 한다. 정말 옛날스럽게 생긴 미용실을 지나고, 이제는 사라진 것만 같은 피카츄 돈가스를 파는 분식집을 지나고. 배부른 아내와 손 꼭 붙잡고 걷는 남편, 다른 손에는 하드 하나씩을 들고 웃으며 걷는 앳된 부부도 보고.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 그 작은 길을 지나는 미니쿠퍼. 어떤 길을 처음 걸으면, 안쓰던 쪽의 뇌를 쓰는 것처럼 쭈욱 하고 상쾌한 느낌이 든다.


땀도 쭉쭉 흘려보고, 잠시 길도 잃어보고. 이렇게 밖을 걷는 모든 여정이 다 여행이더라. 사람들을 만나고, 아이들을 보고 웃고, 여기에 이런 게 있었구나. 참 예쁘다. 한 때 다녔던 학교를 지나고, 걸으며 그 때 생각도 좀 하고. 덥고 땀도 많이 났지만 싫지 않았다. 지루할법도 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좋은 영화와, 좋은 생각이 있었던 하루.






돌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해라.


강호동 그 백정 고깃집이 생각나는.. 먹고싶어.. 나란 돼지여



이거 찍는데 한 할아버지가 말을 걸었다.

"이건 왜 찍는거야?"

"예뻐서요"

"뭐? 이게 예뻐?"

"(웃음웃음) 색깔이 예뻐서요"

"그것도 필름 뽑아서 맡기면 사진 나오는 거여?"

"아뇨 컴퓨터로 연결해서 받는 거예요"

"아 그래~ 그런게 있으니까 찰칵찰칵 찍는구나 내가 콤퓨타를 잘 몰라서"


처음 걷는 길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처음 나눠보는 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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