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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글

과제물

창작의 이론과 실기 과제물 -시적인 것 찾기

 

 

@추석

시라는 것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는 것에서조차 아름다움(소중히 여기는 가치)을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추석을 지내며 시적인 것을 찾아보았습니다!

 

@-1. 추석 전 날, 엄마와 함께 전과 산적을 부치고 있었다.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하는 요리에 신이 나기도 했고 추석 분위기에 기분이 따뜻했다. 오후 6시의 낭만적인 라디오가 부엌에 울려 퍼지고 있었고, 고소한 기름 냄새가 내 주위를 떠돌고 있었다. 행복에 젖어 먹다 남은 마지막 배 조각을 접시에 내려놓으려 아래를 보았을 때, 한 신문 기사가 눈에 띄었다. 교통사고 후 37번이나 재수술을 해야 했던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를 간병하던 중 할머니마저 암 투병을 하게 되었다는 사연을 담고 있는 기사였다. 기름이 튀지 않게 버너 아래에 깔아 놓은 그 신문 아래, 내 모든 낭만과 행복 아래 진짜 삶이 있었다. 순간 나는 너무 부끄러워졌다. 나조차 한 장 기름 닦을 한 장의 신문지로 그 들의 아픔을 치부해 버린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 순간, 그들의 추석은 어떠할 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추석도 행복하기를 기도 했다.

 

@-2. 할아버지를 뵈러 벽제 납골당에 다녀왔다. 그 곳에 갈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산소에 가는 것보다 항상 마음에 와 닿는 것이 더 많다.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돌아 나오는 길, 옆 벽면의 무수히 많은 삶의 흔적들을 훑어보았다. 유리 면 위에는 남아 있는 사람들이 쓴 편지들이 가득하고, 유리면 안쪽에는 살아 있었을 적의 사진이나 좋아했던 물건들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모든 삶의 흔적들이 그곳에 남아 있었다. 그들에게도 나처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꿈이 있었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순간 그 공간에 갇혀있는 죽음의 공기가 너무도 무겁게 느껴졌다.

 

@-3. 외할머니를 뵙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2짜리 남동생이 곱창을 먹고 싶다고 했다. 오늘 문을 여는 곱창집이 있을까? 하고 물었는데 남동생은 손으로 트럭 위 곱창아저씨를 가리켰다. 추석 당일인데도 사람이 정말 많아서 오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그래서인지 아저씨 표정이 좋아보였다. 혼자 콧노래를 부르기도 하시고 곱창을 사 가는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신명나게 인사도 하시는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모두 가족과 함께하는 추석 당일 날 이렇게 혼자 나와 일을 하는 것이 아쉽지는 않으실까- 생각했지만 아저씨는 아마 내일 아이들과 조카들에게 나누어 줄 용돈을 생각하며 얼마 남지 않은 밤을 즐겁게 불태우고 계시지 않을까 상상하니 열기에 맺힌 아저씨의 땀방울과 웃음이 반짝반짝 아름다워 보였다.

 

 


셋째가 중학교 2학년이었다니.. 난 대체 몇살이었던거야.... 아 현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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