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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글

습관이 가장 무섭다. 정말로. 경험담 有리구슬


그러니까, 가장 무서운 건 그거다. 습관.


오늘 도농역에서 내려 한참 생각에 빠져 무의식적으로 걸었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예전에 살던 집 앞이었다.

왠진 모르겠지만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서 당황하다가 옆으로 돌아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동을 찾아 헤맸다.


대충 비슷해 보이는 곳이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침착히 504번을 누른 뒤

호출을 눌렀다.


 "누구세요?" 하는 남자 목소리가 엄청 낯설었다. 

듣자마자 깜짝 놀라 아무 말도 못했다.

몇 초 동안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그 사람은 문을 열어줬고 

난 뭐 아빠겠지- 하는 생각으로 열린 문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그 때 벽에 적힌 공고문을 보고 알았다. 여기가 503동이 아닌 506동이란 걸.


소스라치게 놀라 5층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문을 닫아버리고 1층으로 내려갔다.

별 일도 아닌데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습관이란 건 정말 무서운 거다.

습관 때문에 한 번 헷갈리면, 

과거 때문에 어지러워보면,

제정신을 못 차리고 지금의 방향도 잊어버리게 된다.

 

여기가 어딘지. 지금 내가 있는 곳, 내가 가야할 곳이 어딘지.

이게 집 찾는 문제였기에 망정이지,

다른 일이었다고 생각하면 식은땀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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