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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영화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버드맨


버드맨 (2015)

Birdman 
7.3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출연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 나오미 왓츠,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정보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19 분 | 2015-03-05



BIRDMAN: OR (the unexpected virtue of ignorance)

예기치 않은 무지의 미학.

/

Truth or Dare.



액션이나 히어로 영화는 정말이지 내 취향이 아니라고 못박던 때가 있었다.

약간만 큰 소리가 나도 깜짝깜짝 잘 놀라는 내 몸 때문이기도 했고, 원체 찌르고 싸우고 총쏘고 하는 걸 잘 못 봤다.

딱히 이렇다 할 줄거리도 없을 것 같고, 다음 씬이 어떻게 전개될 지 뻔히 보이잖아.

저런 것들을 명작이라고 보다니! 하며 코웃음을 쳤었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입문하게 된 이후 굉장히 민망하게도 나는 그런 장르의 영화들을 매우 즐기게 되었고,

심지어 요새는 애정까지 한다.

낯설고 생각할 거리 많고 삶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진지한 영화들도 내 뇌를 울리지만

지상에서 발을 뗀 채 변신하고 싸우고 날아다니는 영화들 또한 내 다른 쪽 뇌에 기분 좋은 짜릿함을 준다.

뇌 속에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을 퍼넣퍼넣 하는 느낌.


버드맨 속 매 장면은 어지럽게 흘러가는 인생을 닮아있다.

진실 혹은 대담, 중에서 너는 어떤 것을 선택할래?


무대 위에서 항상 진실하다고 자부하는 마이크는 오히려 실제의 삶에서 진실되지 못한다.

무비스타로서 과거의 가식적이었던 자신을 버리고 연극으로 진실한 연기를 펼쳐보이려던 리건은

그 욕망이 자신의 생각만큼 진실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가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결국 무대 위에 '진실'을 올렸을 때

그는 자신이 욕망해 마지 않던 그 목표를 달성했지만

결국 그 목표도 자신이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버드맨의 속삭임도, 타임지 1면 타비타의 평론도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었다.

그가 바랐던 건,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 자신의 삶을 찾는 것.


비참하고 비루한 진실들 사이에서 날아 오를 수 있다면,

60억 인류가 사는 세상에 단 하나의 존재로 남을 수 있다면.


구불구불 좁게 이어진 삶의 복도와 심장 소리처럼 쿵쾅대는 드럼비트,

삶과 연극이 모호하게 연결된 그 지점에서

나는 무엇으로 존재하는 걸까?


Truth or Dare.


나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