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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창고 N

로스쿨과 사법시험


로스쿨 반대하는 가장 큰 논리가 '개천용을 없앤다' 였는데

이 얘기가 맞다면 의미 없어지네.


로스쿨이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어떤 제도든 다 장단점은 있는 거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고, 계속 보완해가는 과정에서 최선을 향해가는 거니까.

예전에 개천용 운운하며 내말에 게거품 물었던 어떤 나이 많았던 분이 생각나는 기사다.





개천에서 용나던 그런 시절은 끝났어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3735








왜 사법시험에서 ‘개천용’이 나와야 할까?

현실은 어떨까. 서울대 이재협(로스쿨 교수)·이준웅(언론정보학과 교수)·황현정(언론정보학과 박사과정) 연구팀은 6월22일 ‘로스쿨 출신 법률가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로스쿨 출신(1~3기), 이들과 동시대의 사법연수원 출신(40~43기), 그리고 이전 시대의 사법연수원 출신(39기 이전) 법률가들을 대상으로 출신 대학, 가정환경, 교육만족도, 직무평가 등을 비교했다.

인상적인 대목은 이렇다. “양 집단(로스쿨과 동시대 사법연수원) 간 가구소득, 부모의 직업과 교육 수준에는 차이가 없었다. 반면 양 집단 법률가의 사회적 배경이 사법연수원 39기 이전 법률가의 그것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세대 차이를 발견했다.” 그러니까 이런 얘기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부잣집 아들딸이 법률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로스쿨 제도 때문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계층이동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사시에 합격한 사법연수원 법률가의 사회적 배경도 마찬가지로 올라갔다.


연구 논문 제2저자인 이준웅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한 발짝 더 나가서, 논문에 쓰지 않았지만 결국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질문을 기자에게 들려줬다. “우리는 왜 법률가 시험에서 ‘개천용’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토론회에서 마치 신앙 간증을 하듯 ‘개천용 성공신화’를 고백하는 모습은 한국 사회에서 사법시험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이 시험으로 ‘용’이 될 수 있었다는 대목이야말로 존치론의 핵심이었다.

한국의 법률시장은 일종의 국가 면허 시스템이다. 면허를 발급받지 못하면 시장 진입 자체가 막힌다. 공급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면허 발급 숫자를 틀어쥐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단 면허를 획득한 다음에는 신규 진입자를 최소화하는 것이 법률가들의 중요한 생존전략이 된다. 방법도 간단했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만 제한하면 되었다.

그 결과가 <표 2>다. 한국은 변호사의 절대 숫자는 물론이고 인구 10만명당 변호사 비율로 봐도 미국·영국·독일에 한참 못 미친다. 일본만이 한국과 비슷한 강력한 면허제도로 법률가 공급을 통제해왔다. 시장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GDP 대비로 따져도 사정은 비슷하다. GDP 10억 달러 대비 변호사 수를 계산해보면, 미국은 75명, 영국은 54명, 독일은 44명인 반면 한국은 14명이다. 역시 일본만 우리보다 아래다. 7명이다.

강력한 공급 통제가 작동하다 보니 법률가는 만성적 공급 부족 시장에서 ‘면허 프리미엄’을 누려왔다. 사법시험만 통과하면 ‘용’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이런 공급 통제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사법시험 합격자 숫자가 점차 늘어나 한때 합격자 1000명 시대를 열었다. 로스쿨 시대가 열린 후로는 한 해에 변호사 시험(로스쿨 졸업자가 치르는 법률가 자격시험) 합격자 1500명이 배출되고 있다. 여전히 면허 총량을 제한하는 시장이기는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유례가 없던 공급 증가가 이루어졌다.


장년층 법률가들이 앞다투어 간증하는 ‘개천용 신화’는 큰 기둥 두 개에 기대고 있다. 첫째는 사회 전체의 계층이동성이었다. 50대 이상의 법률가들은 저개발 시대나 고도성장기 초입에 사법시험을 통과했다. 이들 세대에서 ‘가난한 부모 아래서 자란 경험’은 차라리 당연한 얘기였고, 법률가 면허를 획득했을 때 체감할 수 있는 계층 상승의 폭도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도성장기가 끝나고 사회 전체의 계층이동성이 떨어진 현재는 로스쿨이든 사법시험이든 ‘개천에서 용 되는 이동’은 훨씬 더 좁은 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