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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글

식빵

나는 식빵이 좋다.

구워 먹지 않을 때는 부드러운 그 느낌이 좋고 구워 먹으면 약간 까슬한 느낌이 좋다. 뭐 요새는 버터 대신 버터향 첨가제를 넣고 설탕도 엄청 들어간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의 감각은 매우 단순하기에 나한테는 담백하고 진실돼 보인다. 이전에는 잼을 발라 먹는 게 너무 좋았는데 요새는 우유를 찍어 먹는다. 냠냠 좀 이상한가?

오늘 지하철에서 그 생각을 하다 보니 식빵 같은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과연 식빵같은 사람일까? 아마 그렇지 않을 듯. 나는 좀 더 '잼'스럽다. 

식빵처럼 잼, 버터, 치즈의 다른 모든 화려한 것들을 넓게 감싸안으며 모두와 어울릴 수 있는 깜냥을 지니지도 못했고, 한없이 날뛰는데 마치 이것이 마냥 잘하는 일인양 착각하기. 그리고 뭔가 농도가 짙은 꾸준히 계속-의 느낌보다는 한방이랄까.

내가 나중에 친구이건 연인이건 동료이건 누군가와 진정한 관계를 맺게 된다면 그 사람은 분명 식빵같은 사람일 것이다. 사과잼과 딸기잼을 섞어서 맨날 먹다보면 토할테니?

자극적이거나 재미있지 않은 걸 지루하고 진부하다고 여기면서 나는 한편 자극적이거나 재미있지 않은 걸 찾는 것 같기도. 분명 그런 걸 지루하다고 여길테지만 언젠간 돌아가는 건 항상 그런 곳일 것이다.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 치유될 수 있는 공간, 눈물을 웃음으로 바꿀 수 있는 그런.

나는 식빵도 좋고, 식빵을 좋아하는 나도 좋고, 식빵 같은 사람도 좋다.

이너넷공간은 참 무섭다. 2011년의 7월 19일의 나는 이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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