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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영화

[아멜리에]★★★ 아멜리, 아름다운 그녀. 아름다운 영화.



오늘 미술론 교수님이 못 오셔가지고 영화 아멜리에를 보고 감상문을 써서 냈다. 이전에 봤을 때는 그저 예쁜 색감과 독특한 주인공 캐릭터가 눈에 띄는 프랑스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예술'이라는 주제로 다시 보니 다르게 읽혀서 신기했다.






아멜리에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그녀가 사랑하는 이들 또한 그런 사람들이다. 야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줄리엥이나 르누와르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는 고흐 닮은 크리스탈 아저씨, 그리고 찢기고 버려진 증명사진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니노같은. 원래 그녀는 집 안에 틀어박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았지만 낡은 벽돌 속에서 찾아낸 보물상자를 주인에게 돌려주는 일을 겪음으로써 그는 예술가로서의 삶을(그녀 자신은 인지하지 못했겠지만) 살겠노라 결심하게 된다. 



예술가는 일상의 권태에 '물제비'를 던지듯 파동을 일으키는 사람이다. 현실은 비참하고 어둡고, 마치 실패로만 가득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멜리는 이들의 현실에 작은 물제비를 던짐으로써 그들의 삶을 꿈으로 만든다. 그녀는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난장이 인형을 세계 곳곳에 보냈고, 바람난 남편을 40년 넘게 그리워하는 1층 여자를 위하여는 가짜 편지를 만들기도 한다.




아멜리는 일상에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낸다. 그녀는 일상을 낯설게 만들기도 하고 의미가 없었던 것들에 패턴과 수수께끼를 만들어 던지기도 한다. 마치 니노가 우리라면 그저 무심코 버리고 지나갔을 실패한 증명사진들에 의미를 부여해 바라보는 것처럼 그녀는 우리가 잊고, 혹은 모른 채 살았던 녹슨 보물상자를 열어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아멜리에는 병으로 인해 집에 박혀 그림만을 그리는 고흐 닮은 크리스탈 할아버지랑 겹쳐지는데, 그 할아버지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을 한다면 아멜리는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그 속에서 일상에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내는 또 다른 예술가이다. 항상 예민하게 감각을 곤두세우고 아름다운 것들을 탐지하는 것은 두 사람이 결코 다르지 않다.




결말부분에서 아멜리는 한차례 성장통을 겪기도 한다. 늘 몽상으로 현실을 덮어온 아멜리가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마침내 그녀는 현실에 맞서 니노와 마주하게 되는데 이는 '예술가란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모름지기 예술가라면 분명 모두가 보지 못하는 일상의 작은 부분에도 관심을 쏟고 의미부여하는 몽상가적 기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삶의 문제란 몽상(나쁘게 말하면 현실도피)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그 안에는 달콤한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슬픔, 외로움, 비참함 등의 감정들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멜리는 자신만의 세계를 지니고 현실과 마주했다. 


그녀가 그림을 그린 것도, 특정한 예술 작품을 만든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내게는 아멜리가 아름다운 예술가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