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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어떤?

201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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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명찰 같은 걸 만들어보았다. 알파에서 클립 명찰을 4개 정도 사고 코팅지를 4장 정도 샀다. 손코팅지가 한 장에 200원 밖에 안 하는 줄은 몰랐다. 두께를 엄지와 검지로 만져가며 도화지를 고를 때는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지금껏 도화지와 관련한 경험이라고는 문방구에 가서 '아줌마 도화지 2장 주세요' 했던 학생 때의 기억밖에 없다. 미대생들도 이런 식으로 도화지를 고르겠지, 라며 마음대로 상상하고는 부르르 하고 설렜다.


명찰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이면지에 밑그림을 그리고 대충 색깔을 정한 뒤에 도화지에 옮겨 새로 그렸다. 검은색 싸인펜으로 테두리를 그리고 안을 칠했다. 그리고는 선에서 0.5cm 가량 공간을 둔 채 그림 모양을 따라 가위로 자른다. 이후는 코팅. 코팅을 한 그림마저 자르고 나면 명찰 위에 붙이는 일만 남는다. 글루건으로 명찰의 평평한 면을 바르고 그 위에 코팅된 그림을 붙인다. 나름 귀여운 모양으로 완성됐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내 손에 있지도 않은 그 명찰들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다는 엄청난 충동에 휩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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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토. 논문 쓸 준비(결국 논문은 엉망진창으로 써서 냈다)를 하며 읽은 책들을 정리하는데 한 단편집의 책 속에 삐죽 하고 튀어나온 포스트잇을 발견했다. 열어보니 '복사할 것!' 이라고 적혀 있었다. 단편의 제목은 <마코토>. 다시 들춰봐도 내가 왜 이 단편만을 콕 찝어 복사하라고 미래의 나에게 주문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과거의 나에게서 온 지령(?)을 무시할 수 없어 이 밤에 복사기를 켰다.


연속 복사가 안되는 후진 복사기로 한장 한장 힘 주어가며 복사를 하고 있자니 '내가 이 밤에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복사를 하면서 흘깃흘깃 내용을 기억해봐도 도대체 왜 이 소설을 복사하고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밤 12시가 다 되어 이유없이 복사기를 붙잡고 단편 하나를 전부 복사하는 경험은 처음이라 그 낯선 감정에 간질거리기도 하고. 결국은 그냥 '난생 처음 해본 일'이라 치고 재밌게 웃어 넘기기로 했다. 복사를 마친 소설은 투명한 파일에 끼워 어딘가에 쳐박아 놓을 예정이다. 겉장에 포스트 잇을 하나쯤 붙여도 재밌겠다.


'꼭 읽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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