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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어떤?

모자


지난 주 수요일.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갈색 털실 모자를 쓰고 왔다. 아침에 너무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씻을 새도 없이 나와야 했다. 과외를 제외하고, 일하는 곳에 모자를 쓰고 간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나름대로 무척이나 신경쓰고 있던 금기였는데. 내가 처음 모자를 쓰고 나타난 그날,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았고, 뭔가 큰 일이 생기지도 않았다. 


왜 지금껏 그렇게 신경써왔는지 모르겠다. 모자를 쓰면 예의바르지 못한 복장이 된다고 처음으로 생각한 건 초등학교 수업시간이었다. 어떤 과목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다른 금기들도 많이 적혀있었을 교과서에서 하필 왜 모자에 관한 것들만 뇌리에 박혔는지도 모르겠다. '수업시간에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은 예의바르지 못한 행동입니다.', '어른과 인사하며 모자를 벗지 않는 것은 예의없는 행동입니다.' 하는 몇 가지 금기들이 아직도 이미지와 함께 뇌리에 박혀있다.


이렇게 별 것 아닌 것이 머릿속에 박혀 내 삶의 반경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가끔은 이 제한된 자유가 아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벗어나고 싶을 땐, 벗어나도 좋다. 


딱히 내가 걱정하는 것만큼 나를 신경쓰는 사람도 없고, 상상하는 것처럼 뭔가 큰 일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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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6  (0) 201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