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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문학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기차역 Dworzec


기차역 Dworzec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내가 N시(市)에 가지 않은 그 일은

정확히 시간 맞춰 일어났다.


발송되지 않은 편지가

네게 미리 예고를 해주었고,


예정된 시각에 너를 가까스로

역에 오지 않을 수 있었다.


기차가 3번 플랫폼으로 들어왔고,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나의 부재(不在)는 인파 속에 섞여

출구를 향해 걸어간다.


황망함 속에서

몇몇 여인들이 서둘러

나를 대신했다.


그중 한 여인을 향해

내가 모르는 어떤 사람이 달려갔지만

그녀는 그를 알아보았다,

그것도 당장에.


내 것이 아닌

트렁크가 분실되었을 때,

두 사람은 우리의 입맞춤이 아닌

낯선 입맞춤을 서로 나누었다.


N시의 기차역은

'개고간적으로 존재하라'는 시험에

훌륭하게 통과했다.


전체는 있어야 할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고,

세부적인 사항들은 지정된 철로를 따라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심지어는 미처 약속되지 못한 만남조차

정확한 타이밍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철저하게 우리의 현존이 미치는

범위 밖에서.


있음 직한 개연성을 상실한

파라다이스에서.


어딘가 다른 곳에서.

어딘가 다른 곳에서.

사소하기 짝이 없는 이 낱말 조각들이

실은 얼마나 커다란 울림을 가지고 있는지.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끝과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