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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문학

[장석남] 얼룩에 대하여



얼룩에 대하여



                               장석남



못 보던 얼룩이다


한 사람의 생은 이렇게 쏟아져 얼룩을 만드는 거다


빙판 언덕길에 연탄을 배달하는 노인

팽이를 치며 코를 훔쳐대는 아이의 소매에

거록을 느낄 때


수줍고 수줍은 저녁 빛 한 자락씩 끌고 집으로 갈 때

千手千眼의 노을 든 구름장들 장엄하다


내 생을 쏟아서

몇 푼의 돈을 모으고

몇 다발의 사랑을 하고

새끼와 사랑과 꿈과 죄를 두고

적막에 스밀 때


얼룩이 남지 않도록

맑게

울어 얼굴에 얼룩을 만드는 이 없도록

맑게

노래를 부르다 가야 하리



- 2005,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