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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문학

[장석남] 새벽길



새벽길



                      장석남



새벽길은 어둠 속에서 뛰어나온다

있는 힘 다해서 뛰어나온다

질주, 한때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던 것

그러나 역시 사랑보다는 느린

질주,


내가 이렇게 새벽에 깨어나

파리한 정신으로 거리를 바라보는 것도

또 손등을 쏟아져나간 손가락들을 바라보는 것도

어둠을 뛰쳐나오는 새벽길의 저 대견을 보기 위해선가?


욕망이 빠져나가버린 육체의 적막을

사랑이 빠져나가버린 정신의 적막을

이미 그 얼굴이 빠져나가버린 기다림의 적막을

그리고 또 별들이 빠져나가버린 동편 하늘을

어지간히 익힐 때 비로소

새벽길은 거리를 지나 불빛을 지나


들판에 닿아 쉬일 것이다

산모퉁이에 닿아 쉴 것이다

사랑이 그이의 몸속에서 쉬듯이



- 2005,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