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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잡담

2015.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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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물건들을 버리기 어려워졌다.

순간순간의 감정을 담고 있는 것 같아서.


오늘 방정리를 했다.

버릴 것은 버리고,

철지난 옷은 교환 가 있는 동생 방으로 보내고 (창고 b)

옷장 한 구석에 있던 박스를 꺼내

별것 아닌 것들을 모아 나만의 타임캡슐을 만들었다.


인턴 면접 볼 때 달았던 명찰이나

체육대회 다녀와 받은 수건,

동창회비 내고 받은 수첩이라든지

고등학교 때 받았던 시계 같은.

별 것 아닌 쪽지들도 버리기 아까워 모두 넣었다.


나중에 10년, 20년 지나 꺼내보면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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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난 남동생이 새벽에,

술이 취해 집에 돌아 왔단다.

대학 다 떨어진 친구가 유학을 간다고.


꼬물꼬물,

아가였던 남동생이 스무살이라니.

세월 참 빠르고 무섭다.


곧 군인이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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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정리가 쌱 된 내 방을 둘러보니

참 나같다.


쪼꼬만 심슨 인형들

내사랑 타디스

토토로 인형들

지난주엔가 업어온 '슬픔이'

졸업 곰돌이

목각 고양이 인형

캣니스 브로치

엘지트윈스 픽유어 두마리

예쁜 컵들

학교 뱃지

어벤져스 피규어


작은 책장에는 페인트잇락 책이 세권 나란히 꽂혀있고

진주 귀고리 소녀와 헝거게임.

그 외에도 침대 위 무밍이 재키 딸기 믕이..


엄마는 늘 뭐 이런걸 사오냐고 뭐라하지만,

내눈에는 조잡해 보이긴커녕

너무 사랑스럽다!


뭔가 내 취향의 알갱이들이 몽글몽글 모여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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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자고 일어난 오늘,

왠지 거실로 나가기 싫었다.

빈 집에 나 혼자 있고 싶었다.


너무 배가 고파 부엌에 갔는데 아빠가 있었다.

말없이 밥을 먹는데 내 앞에 앉아 이야기 붙이기를 시전하셨다 (...)


힘든 건 없냐고

도와줄 건 없냐고 묻는 따뜻한 말이

내게는 짐처럼 무겁고 답답해서

내버려두라고 이야기하다가 울었다.


무말랭이와 김치를 꾹꾹 씹으며

눈물을 뚝뚝.



그렇게 들어와 침대에 누워 이것저것 글을 쓰다가

왠지 미안해져서 엄마아빠에게 집앞 카페에 가자고 했다.

반색하는 부모님 보니,

괜히 죄송했다.


그렇게 오늘 3시간을 떠들었으니

앞으로 1주일은 괜찮겠지...

늘 가보고 싶던 카페였는데

커피도 맛있었고,

오랜만의 수다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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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스턴사이드킥 이번 앨범 존좋


당진이 좋아

바닷가 드라이브 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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