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타디스 창고/창고 N

[한겨레] 우리는 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등록 : 2015.01.18 20:25수정 : 2015.01.18 22:05

비옷을 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필리핀 중부 타클로반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교황은 이날 2013년 필리핀 사상 최악의 태풍 하이옌으로 큰 피해를 입은 타클로반을 방문해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이날도 타클로반에는 태풍 메칼라의 영향으로 강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다. 타클로반/AFP 연합뉴스

마닐라 대학서 젊은이들과 대화
야외 미사에 600만명↑ ‘사상 최대’

“우리는 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시아 최대 가톨릭국가인 필리핀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12살 소녀의 눈물에 이렇게 답했다고 <필리핀 스타> 등이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산토토마스대학에서 젊은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 자리에는 거리의 삶을 살다가 구출된 12살 소녀가 참석했다. 소녀는 교황에게 “많은 아이들이 부모에게 버림받고 나쁜 일들을 겪는다. 약물중독이나 성매매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신은 왜 이런 일을 내버려두나”라고 물었다. 교황은 소녀의 물음에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아이들이 약물에 빠져들 때, 강제노동에 시다릴 때 우리가 울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통받는 어린이들과 사람들이 있을 때 같이 슬퍼하는 법부터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교황은 또 “여성들은 (남성들과)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다. 남성들은 ‘마초’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후 열렸던 마닐라 리살공원 야외공개미사에서도 아동 인권을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는 아이들을 소중한 존재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필리핀에는 약 120만명의 어린이가 거리에서 생활한다.

교황의 리살공원 야외미사에는 사상 최대인 약 600만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필리핀 당국이 밝혔다. 이는 9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필리핀 방문 당시 운집한 500만명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교황은 이날 방탄차 대신 필리핀에서 대중교통수단으로 이용되는 지프니 모양 차를 탔다. 지프니는 미군 군용 차량을 개조한 차다.

교황은 전날인 17일, 필리핀 사상 최악의 태풍 하이옌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타클로반을 방문해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교황은 타클로반에서 “내가 로마에 있을 때부터 이곳에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6일에는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을 만나 “추한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ㅠㅠ 우리는 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진은 졸귀 말은 폭풍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