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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영화

[베넷 밀러] 폭스캐처



폭스캐처 (2015)

Foxcatcher 
7.9
감독
베넷 밀러
출연
채닝 테이텀, 스티브 카렐, 마크 러팔로, 안소니 마이클 홀,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정보
미스터리 | 미국 | 134 분 | 201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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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재밌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소름끼치도록 몰입도 쩔고 겁나 아무것도 아닌 장면에서도 긴장감이 좔좔 흐른다.

레슬링 메달리스트인 형제와 그들을 후원하는 한 미친 부자아저씨에 대한 이야기인데

영화에 대해서 진짜 사전지식 아무것도 없이 보다가

뭔가 내가 예상했던 거랑 느낌이 다르고 자꾸 소름이 돋아서 검색해봤더니 스릴러였던 거..


이 영화는 진짜 개인적으로 엄청난 당혹감과 놀라움을 안겨주었는데

여기 나온 메인 배우 세 명이 이 영화로 나에게 엄청난 감정적 반전을 주었다.


오피스에서 진짜 병신미 넘친 모습으로 익숙하던 스티브 카렐의 대박 재발견... 이랄까.

아니 어떻게 그런 미친 마이클을 완전 100프로 소화해내면서 이런 역할까지 할 수 있지?

아, 둘다 또라이라는 건 같네..... 반전이 아닌가.


그리고 나는 채닝 테이텀은 그냥 호감은 아닌 정도,

마크 러팔로를 싫!어! 했는데 이 영화보고 둘다 급대박 호감..

특히 나는 마크 러팔로를 좋아해본 적이 진짜 단 한번도!!! 비긴어게인에서조차 헐크에서조차 어벤져스에서조차

단! 한! 번! 도! 없는데

이 영화로 좋아지려고 해서 겁나 놀람; 심장아 너 왜 그래?


진짜 영화 내내 흐르는 그 쎄함은.... 



스포스포스포스포스포


스포스포스포스포스포 있음






영화 보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것은 세 가지 정도 있는데


1. 인간에게 있어 결핍이란 얼마나 치명적인가


결핍이란 참 무섭다. 그 어떤 종류의 학대나 트라우마보다 더 치명적인 심리적 고통을 안겨준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그렇기에 더 위험하다. 우리가 슬퍼하거나 좌절하는 것은 대부분 무언가가 결핍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회적인, 순간의 결핍이라면 그것을 되채우기는 쉽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으면 될 것이고 조금 외롭다면 누군가를 만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저 심장 밑바닥에서부터 시작된,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결핍은, 언제나 인간을 망가뜨린다. 끝이 보이지 않기에 무엇을 퍼다 넣어도 항상 갈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탄탈로스의 갈증.


그러한 결핍이 어떻게 폭력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이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지만 우리 주변에도 이런 사례는 수도없이 많다. 어디엔가 심리적 결핍이 있는 사람은(예를 들면 예전의 나 같은) 알기 힘들고, 이해하기 어렵다.  스스로 설 수 없거나, 어딘가 꼬였다는 느낌을 주며, 일반적으로 예민하기 때문이다. 나같은 경우는 내 생각에 신뢰와 믿음에 대한 결핍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나는 누구와도 제대로 된 관계를 맺기를 거부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내가 당시에 내가 어딘가 결핍되었다는 걸 알았다는 점이다. 그랬기에 이정도라도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시 내가 썼던 일기를 보면 심적으로 건강해지고 싶다는 말이 많은데 지금 돌아보면 결핍을 해소하고 싶다는 욕망이었던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거나 스스로 계속 알을 깨 나가며 그 결핍의 우물을 채워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간혹 그게 힘들어보이는 사람도 있다. 특히 주변 여자사람들의 경우는 (내가 보기에) 애정결핍인 경우가 종종 보인다. 그게 친구든 연인이든, 혼자서는 무엇도 할 수 없고 끝없이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류의. 솔직히 이 일은 아직까지도 후회하고 있는데, 한 때는 결핍이 있는 사람이 비슷한 결핍이 있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할 것이라 생각해서 소개팅을 주선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때 진짜 헬이였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 결핍을 안고가야만 하는 게 현실이라면 그나마 미친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핍된 사람들끼리 만나 그 결핍을 껴안고 가는 수밖에 없나. 이 영화에서도 존이 쏘아 죽인 게 동생이 아니라 형 데이브였던 것처럼. 데이브는 건강한 사람이었으므로 듀폰의 그늘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고, 그랬으므로 그는 듀폰에 의해 죽었다. 마크와 존은 비슷한 사람들이었다. 결핍되었으며 끝없이 누군가의 그늘 아래서 사는 사람들.


하지만 또 반대의 생각도 드는 것이, 동생 마크도 스스로 결핍을 지니고 있으면서 그렇게 스스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형 데이브 덕분이었다. 그러니까, 끝이 보이지 않는 우물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물을 계속 퍼담아주는 사람. 늘 그 자리에서 지지대가 되어주는 사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 (피가 섞이지 않은 관계끼리는 이런 존재가 되기 힘들기 때문에 아마 연인관계에서의 애정결핍 상황이 많이 나타나는 것 같네 생각해보니) 존에게도 만약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되지 않았을텐데.



2. 형제, 자매간의 사랑


아, 동생이 떠올랐다.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 내가 이런 순간에 늘 떠올리는 동생이란 여동생이지 아래로 둘 있는 남동생들이 아니다. 아무래도 나이차가 있을 뿐더러, 서로 속 얘기를 제대로 한 적이 많지 않아서인 듯하다. 정말 찡 했던 장면이 "I am not gonna let you go down like this" 이거 맞나... 무튼 절대 너 이렇게 무너지게 두지 않을거야 하면서 마크 껴안으면서 하는 얘기 있는데 여기서 진짜 찡.... 마크 러팔로 네 이녀석 내가 좋아해..


나도 알고 있고 동생도 알고 있을 테지만, 나에게 있어 동생이란 존재는 참 크고, 동생에게 있어서 나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사실 내가 감정적으로 동생에게 기댄 적은 많진 않지만, 동생은 그냥 그 존재만으로도 큰 안정이 된다. 내가 끌어가야 할 사람. 나를 믿어주고 반대하지 않을 사람. 내 모든 것을 받아줄 것이 확실한 사람. 내가 가진 모든 좋은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사람. 나의 있는 그대로가 받아들여지는 거의 유일한 사람.


동생에게도 나는 큰 존재다. 가야 할 길을 미리 가고 있는 사람, 누구보다도 솔직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 흔들릴 때 기댈 수 있는 사람. 나를 도울 수 있는 사람. 가장 100퍼센트에 가까운 밀도의 웃음을 공유할 수 있고, 과거를 공유하고 있으며 삶을 이루고 있는 뿌리가 같은 사람. 그렇기에 이렇게 이기적인 나조차 아마 나도 동생의 문제라면 저렇게 뺨 때려가며 개입하고 바로잡을 거다. 뭐랄까, '애틋하다'는 단어가 적절하다. 평소에는 시덥잖은 걸로 웃고 떠들고 하지만 가장 소중하고도 가까운 관계다.


그러니까 잘하라고 이놈의 자식아..



3. 심장을 따르는 선택의 중요성



마크가 심장을 따르는 선택을 했다면 죽지 않았겠지. 뭐 그렇다고 죽기까지 할 사건은 흔치 않겠지만. 존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마크는 일찌감치 알았겠으나 결국 돈과 안정 때문에 폭스캐쳐에 남길 선택하였는데, 그것이 결국 화를 불렀다.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늘 지켜오는 삶의 원칙이 있다. 만약 어떤 선택의 기로에서 내가 갈등상황에 놓인다면, 그 선택의 중요성이 크면 클수록  정도正道와 심장이 향하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이렇게 해야만 나중에 후회할 일이 적다. 만신창이가 되든,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적어도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어"라는 가장 큰 변명이 남기 때문이다. 항상.


뭐 그런 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확실히.


하지만 심장을 따르는 선택을 해서 손해볼 것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