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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글

고전문학 쪽은 너무 이상하다


방금 과제를 까였다. 나중에 지각체크를 하러 앞에 나가서 교수님께 갔는데 내가 오기 전에 내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셨다고 했다. 부정적인 쪽으로. 내 논리성과 당대 속요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짐을 여러번 강조하시며 내 '틀림'을 탓하셨는데, 좀처럼 이해가 되질 않았다. 


'사슴이 장대에 올라 해금을 타는 것을 보았다'라는 부분을 나는 사슴이 장대에 올라있는 모습은 불안한 느낌을 연상시키고 해금의 음색 또한 구슬프고 서글퍼 아마 불안한 상황에 있는 화자 자신을 나타내는 것일 거다, 라고 해석에 썼었던 것 같은데, 그 부분도 아예 말이 안 된다고 하셨다. 부엌이라든지, 뒤에 하나의 이야기처럼 나열한 부분도 '아마 되게 신나서 썼던 것 같은데~' 라며 아예 관점 자체가 틀렸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근데 맞긴 맞다 진짜 신나서 썼었다.


왜냐고 물어보니까, 당대 상황에 맞춰서 해석해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그 얘기를 고전 문학이니 그 시대 상황에 맞춰 작자 혹은 민요라면 대중들이 의도한 그 방식을 제대로 해석해내는 것이 답이라고 이해했다. 그리고 교수님이 의도하셨던 건 그거였다. 과거의 상황에서 그 문학이 가졌을 것이라 추정되는 의미와 해석 모두를 정확히 밝혀내는 게 답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겐 타임머신이 없으므로 결국 답은 없으니 가장 논리적으로 해석한 연구가 인정을 받는 거라고. 


교수님께서 고전문학을 문학 작품으로 이해하라고 하지 않으셨냐고 징징대니 아무리 그래도 당대 상황에 맞춰 해석해야 한다고 하셨다. 고전문학은 대체 왜 이렇게 틀이 많으냐고.. 만약 진짜 문학작품이 되려면 현재의 나를 주체로 해석한 것도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꼭 고려시대의 사람이 되어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으며 영국 그 당대 사람으로 빙의해서 읽지 않아도 뭔가를 느낄 수 있듯이?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그게 현재에도 얼마만큼 감동과 의미를 갖는지가 중요한 것 같은데 그 중요성은 무시되는 것 같아서 이해가 안 됐다. 당대 상황에 맞춰 완벽한 정보와 근거를 가지고 해석하는 것도 분명히 큰 의미가 있겠지만, 나처럼 해석하려는 노력도 똑같이 필요한 것 아닌가.. 내가 쓴 내용만 틀렸다면 이해하겠지마는 내 접근 방식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받으니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이래서 내가 고전이 안 맞나 보다. 고전은 완벽한 과거 사료와, 역사적인 정황과, 배경 설화와 관련된 내용들, 이런 모든 걸 고려해서 철저하게 논리적으로 분석되어야 하는 것 같은데, 나는 늘 날림이다. 이상하게 상상하고 이상하게 다르게 보고. 이런 게 현대문학 수업에선 꽤나 잘 먹히는데 고전에서는 완전.. 고전소설론 빼고 완전 페일이다. 페일.


어쨌든 내가 치밀함이라든지 정확성이 부족하단 건 사실이다. 고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잘 되지가 않는다. 으악 젠장. 어쨌뜬 두 과목이 종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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