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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글

나는 표지를 믿는가?


나는 신의 표지를 믿는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스스로 범신론자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치만 어렸을 적 7년 정도 교회에 나갔고, 급하거나 절박한 상황에 찾는 건 하나님이다. 하나님 아버지, 제발, 하면서 기도가 시작하니까 그렇게 보자면 기독교 신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나는 교회에 나가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한국의 대형 교회를 비판하니까 또 그들의 입장에서 기독교인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또 나는 가톨릭의 시스템과 그 상대적인 깨끗함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언젠가는 성당에 다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불교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윤리 시간에 배운 짧은 지식이지마는 그들이 이야기 하는 공空사상이라든지, 여러 개념에 대해서는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사주도 어느정도 믿고, 타로도 재미삼아 보고, 점도 믿고 그런다. 이렇게 나는 근본이 없는 놈이다.


어쨌든 나는 인생의 표지를 믿는다. 유치하게도 고등학교 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고 난 이후부터였는데, 당시 그 책을 나의 성서처럼 받들고 한 문장 한문장을 곱씹었더랬다.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내 삶에 나타나는 여러 작은 사건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사건이 가리키는 방향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그게 결국 내 삶을 좋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그 당시에는 굉장히 진지하게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뭐 생각해보면 운명론적인 생각들이 합리화를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하지만 대학 입학 뒤부터 지금까지  별로 그런 생각을 하며 살지 않았던 것 같다. 삶에 의미부여를 한다기보다는 늘 삶을 긍정하거나 비관하거나 무슨 조울증처럼 오르내렸고, 되게 뭐랄까 삶을 감각적으로 살아왔었다. 일희일비의 끝판왕에다가 기쁜일에 좋아하고 슬픈일에 슬퍼하고, 좀 크게 보지 않는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흠흠. 표지를 생각하며 사는 게 옳은 건가? 아니면 세상에 표지 따위는 없고 내가 쓸데없는 의미부여를 하는 것일 뿐인가. <연금술사> 내용을 이제 다 잊어버렸다. 다시 한번 펴볼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그냥 책장에 꽂아뒀다. 뭐 일단 한참 책팔아치울 때 알라딘에 넘겨버리지 않은 건 다행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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