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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문학

[신해철] 마왕신해철


마왕 신해철

저자
신해철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12-24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영원한 마왕, 우리 시대 불멸의 뮤지션 신해철 그가 우리 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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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 세계가 엄청나게 심오하거나 독특해야 하는 건 아니다. 스스로의 신념을 갖고,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으며 남들에게 그것을 강요하지 않는 사람들. 그렇게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에게서는 좋은 냄새가 난다. 새로운 감독의 영화를 볼 때처럼 설레고 새 책을 읽을 때처럼 즐겁다. 


반면에 아무리 잘났어도 자신만의 냄새가 없는 사람이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다른 사람에게 생각을 맡기고, 판단을 미루면서 남들에게 예뻐보일만한 행동을 찾아하는 사람들은 도무지 눈에 띄지가 않는다. <7번방의 기적>이 천만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지만 도무지 나로서는 좋은 영화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좋은 사람이란, 마음 속에 씨앗 하나를 품고 있어야 한다. 그 순수하고도 때묻지 않은 그 영롱한 마음에 물을 주고 빛을 내려가며 잘 키워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누구나 어렸을 때는 하나쯤 품고 살지만, 나이가 들수록 버려지기 마련이다. 착하게 살면 손해보는 세상이고, 내가 남의 뒤를 치지 않으면 내가 치이는 세상이니까. 사랑해라, 특히 약한 사람들을 사랑하고 존중해라. 남들의 기준에 맞춰 살지 말아라. 틀릴 수 없는 명제들이지만 지키기는 정말 쉽지 않다. 


신해철은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다. 누구나 나이들며 쉽게 말라가게 둘법한 그 씨앗을 살아온 인생 내내 소중히 돌본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모든 것에 진심을 다했고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자신을 내던지지 않았다. 글을 읽으면 그가 얼마나 멋지고 맑은 사람이었는지 느껴진다.


간혹 일반화하여 내가 싫어하는 류의 주장을 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결국 내 마음을 가져가고 마는 것은 그의 말에 균형과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균형은 진심을 담은 오랜 고민에서 온다. 옳은 말을 심지어 멋지게 하는 사람.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도 많지만, 역시 멋진 사람들도 많다. 왜 항상 멋진 사람들은 멋진만큼 오래 행복하지 못하는 걸까. 


좋은 어머니와 좋은 아버지를 뒀다. 정말로 부러울만큼. 이기적인 내가 나중에 언제라도 아이를 갖고 싶은 것은, 저런 좋은 부모가 되고싶기 때문이다. 그의 아이들은 그를 닮아 훌륭한 사람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