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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영화

[7번 방의 선물] 감동도, 교훈도 없는 이 영화가 '삼류'일 수밖에 없는 이유


대체 왜 네이버 평점이 9.3이나?


페이스북에 온통 7번방(을 보고 운) 얘기 뿐이길래 궁금증이 도졌다. 아니면 어떤 기자가 트위터에 올린 "7번방이 흥행하는 이유는 50%의 국민들이 마음껏 울고싶었기 때문이 아닐까(정치적으로)"라는 글을 보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영화 보고 울어본 지 꽤나 오래되었기 때문에, 또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라면 꺽꺽대고 울어 본 전력이 아아~주 많은 나로서는 '간만에 보는 믿고 보는 울음영화로구나!'는 느낌으로 영화관에 간 것이었다. 5명의 가족을 줄줄이 이끌고선..


그러나 결과는 대참사.


가족들은 모두 눈물을 펑펑 쏟아낸 반면 뭉탱뭉탱 패딩 주머니가 터져라 뜯어간 휴지가 무색하게도 나의 눈물은 흐를 곳이 없었다. 온통 '대체 왜 슬프지 않은거지'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해 나를 당황하게 한 이 영화. 2시간 내내 머릿 속은 말 그대로 땀범벅이었다. "왜 나는 슬프지 않은 걸까" "나는 이상한 걸까" "왜 이 영화를 보고 다들 울었던 걸까" "저게 말이 될까"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걸까" ..."멘붕 ㄷㄷㄷㄷㄷㄷ"




그렇게 고민하여 영화가 끝날 무렵에 내가 내린 결론은 총 -가지. 내가 절대 이입하여 슬프지 못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먼저 이 영화에서는 경찰은 너무 나쁜 놈으로 그려지고 교도소 수감자들은 너무 착한 놈들로 그려져 이입이 어렵다. 경찰은 '용의자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또 피해 아동의 아버지가 경찰청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용의자에게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죄를 뒤집어씌우고', '민중의 지팡이라면서 비밀 문건을 쉽게 휙휙 보여주고 복사까지 허용해주는' 그야말로 나쁜 놈이다. 어쨌든 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다 치자. 




둘째. 왜 수감자들은 하나같이 무조건 착한 놈으로 그려지는가.. 물론 모든 수감자가 나쁜 성품을 지녔다는 말도 사실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현실에서 사기, 조폭일 등등을 일삼던 사람들이다. 물론 영화의 처음 장면에서 갓 들어온 용구(류승룡)를 집단구타하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용구가 양호(오달수) 대신 머리빗에 찔려 다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한정 착해져서 거의 '정의의 사도'로 변하는 장면은 너무나 작위적이다. (용구가 왜 양호 대신 찔렸는지도 그의 성격이 원래부터 착하다-라는 근본적 성격에만 기대고 있어서 이해가 힘듦. 자기를 때린 관장님을 구한 이유도 그냥 용구가 착한 사람이라서..)


셋째. 뭐, 너그러이 이해해서 그들이 착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 영화가 우리나라의 정의롭지 않은 경찰을 비판하기 위한 영화인가? 그것도 모르겠다. 이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것 같다. 분명 나는 한번도 졸지 않고 영화를 끝까지 보았지만  이 영화가 '그래서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다. 경찰이 나쁘다는 건지, 범인이 아닌 무고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형제도가 나쁘다는 건지, 정신지체 장애자도 딸을 사랑할 수 있다는 건지, 경찰들보다 수감자들이 오히려 더 정의롭고 똑똑할 수 있다는 건지? 예승이가 귀엽다는 건지? 응?..


이렇게 완전 뚜드려 수타면 복작복작 짬뽕이 된 영화는 내게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했고..


마지막 즈음에 픽사 애니메이션 'UP'을 연상시키는 도무지 말.도.안.되.는 풍선기구(?) 장면을 보고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것은 무엇의 짬뽕이란 말인가. 아동 성폭행+사형제도+억울하게 누명을 쓴 장애인 아버지 라는 현실적인 세팅 속에 등장한 저런 UP한 상상력이라니.. 내 어이없음도 한층 UP 시켜줬던 장면이었다.




마지막 넷째.. 류승룡의 연기가 별로였다.

여러 류승룡의 전작들 특히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능청스러운 카사노바 연기로! 나에게 매우 많이 무 많이호감배우였던 류승룡은 이 영화로 나에게 똥..까진 아니고 방구를 주었다. <말아톤>에서의 조승우처럼 "아니 저렇게 실제같을 수가"라는 느낌을 받길 기대했는데 류승룡의 어색한 '-했↗어요↘' 말투와 거슬리는 연기들.. 특히 그 풍선기구 안에서의 갑자기 급 정상인 같은 설정은 내 몰입도를 매우 저하시켜 점점 비판적인(이라고 쓰고 비난적인 이라고 읽는) 사고를 띠게 만들었다. 흠.


그래서 결과적으로 남은 건 


예승이가 참 귀엽다! 연기를 잘 한다! 라는 것과,

예승이가 김새론의 뒤를 잇는 명품 아역이 될 것 같다! 와,

이야 예승이는 커서 참 예쁜 배우가 되겠다. 성형수술 안 하고 이대로만 커다오! 라는 것 


뿐이었다. 


최종 결론. <7번 방의 선물 =한국형 -경찰,장애인,사형- 쓰리 테마의 3류 판타지 코믹물>



ps. 예승이는 참 예뻤다. 이대로만 커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