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탈출/유럽

파리 이야기 _6일




미친.. 나의 멍청한 기억력은 이렇게 탄로난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에 대한 아주 중요한 통찰을 하고 갑니다.


나는 유럽 스타벅스에서는 아이스 음료를 안판다고 기억하고 있었, 아니 지금까지도 있는데


사진은 그걸 부정하고 있군요.


결국 기억은 주체가 믿고싶어하는 대로 끝없이 왜곡되고,


결국 진실이란 객관적인 기록에 의해서만 그 실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의 '객관적'이라는 것에 대한 기준 문제가 생기겠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는 제가 내세운 '아이스 음료를 팔지 않았다!' 라는 주장 자체가


몇월 며칠 언제 찍은 사진으로써 확실히 거짓임을 밝혀낼 수 있는 단순한 경우이므로 문제의 여지는 없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많은 '진실찾기'의 경우는 물론 이렇게 단순히 몇 장의 사진들만으로 해결될 수 없겠지요.


측정되거나 증명될 수 있는 진실은 오히려 진실과 가장 먼 곳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


개소리는 그만 지껄이고 다음 사진으로..





헤헹 여기서 찾을 수 있습죠 나의 동선.


이대로 지켜 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말투가 왜 이따위가 되었읍니까?


다시 돌아가겠읍니다.


-


이 날은 날씨가 상당히 안 좋았다.


(하지만 다음날에 비하면 봄날씨에 불과했다)


긴팔 옷을 많이 챙겨오지 않은 나, 나란 바보, 나란 멍텅구리는 


그래서 후드티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노틀담 근처 관광지 기념품 샵에 가서 후드티를 골랐다.


우리나라 동대문 가서 이상한 티셔츠 쪼가리 사는 관광객들을 참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었는데


내가 그들 중 하나가 되어있었다. 


두껍지도 않은데 비싸...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하나 샀다.

 

그리고 집 와서 동생한테 기념품이랍시고 줬으니 그렇게 호구짓을 한 것만은 아니겠다.


-


후드티를 사서 그 자리에서 바로 입어버리고 졸려서 스벅에 가서 커피를 마신 뒤에


셰익스피어 앤 컴페니로 향했다.











1층에는 새책들을 팔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헌책들이 좀 있었다.


한 구석탱이 방에는 팔지 않는(? 확실히는 아니지만 그랬던 것 같다) 고서들이 한가득 꽂혀 있었는데


옆 소파에 앉아 몇몇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었다.


헌책들을 쭉 둘러보는데 한 권의 책이 내 눈길을 끌었다. beautiful feathers.


무슨 내용인지도, 작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그냥 마냥 끌렸다. 미친듯.


내려가서 이거 파는 거냐고 물어보니 15유로에 판다고 했다. 그래서 샀다. 미침.


그냥 무지 갖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여행 내내 초반만 반복하다가 결국 아직도 몇 페이지 못 넘겨봤다는 게 함정


그냥 기념품이다 기념품.... 언젠간 읽어야지.















그리고 먹은 젤라또 아슈크림.







이것저것 지나오면서 많이 봤는데


저게 다 몬지 1도 몰으갰습니다.







퐁네프 다리.


이 쪽에 자물쇠를 판다고 해서 사러 왔다. 


런던에서 자전거 체인만 사왔기 때문에.


보통은 사랑의 자물쇠를 달지만 나는 가방보호! 도둑방지! 목적으로 샀다. 


비가 후둑후둑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 도착한지 얼마 안 돼서 이 다리 저 철로된 난간이 무너졌다는 기사를 봤다.


진짜 다닥다닥 붙어있는 징그러운 곳도 있었다. 


같이 간 언니가 찍었는데 그 사진은 내게 없다. 징글징글.





노천 카페에서 밥을 먹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후회했다.


왜 저렇게 밖에서 노는지 모르겠다. 


앉아서 먹는 사람도 엄청 많았는데, 매연 장난 아니고 지나가는 차들이 내뿜는 배기가스가 


음식 위로 날아와 사뿐히 앉는 느낌.


이런 경험은 한 번으로 충분하니다.







헐 이 위 두사진 뭔가 절묘해 두개 합쳐지니까 세로로 찍은 것 같다.









이것이 무슨 양파스프 였는데 같이 간 언니가 유명한 거라고 시켰다.


하지만 몬지 1도 몰으갰습니다.


오믈렛+샌드위치+양파스프 먹었다.







그리고 오르세 미술관에 갔다.


고흐는 특별관? 같이 따로 전시중이었는데 유명한 그림 웬만한 건 다 있었다. 


모네 르누아르 같은 작가들 작품이 많았던 것 같다.











오르세 보고 나와서는 민박 언니가 같이 민박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런던에서 만났던 부산 동생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언니 파리 방금 도착했어요"


그래서 그 동생이랑 만나기로 했다.






에펠탑 앞 무슨 RER 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는 버스를 타고 갔는데


역에 내렸는데 길을 정말 못찾겠더라.


일단 지도에 나타나 있는 대로 걸었다. 


여차여차 에펠탑에 도착은 했는데 그 RER 역이 어디있는지를 모르겠는거!



에펠탑 티켓 사는 데에서 좀 더 앞으로 가니 대로가 나왔다.


그쪽에서 한 남자가 조깅을 하고 있길래 왠지 현지인인 것 같아 길을 물었다.


손가락으로 뒷 길을 가리키며 저쪽으로 쭉 가라고 했다. 


그 길 양 옆으로는 나무가 무성해 마치 숲과 같아서 약간 의심할법도 했지만


너무 확신에 차서 설명을 하길래 고맙다고 하고 쭉 걷고 있었다.


아무리 걸어도 이상한 숲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남자가 다시 뛰어오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가 아니라고 자기가 잘못 가르쳐줬다고 했다. 저쪽에 가서 다시 물어보라고..


그럴거면 처음부터 모른다고 하시지...


프랑스 사람들이 길을 잘못알려준다는 말은 이런 말인가 보다.


인터넷 정보들이 아주 믿지 못할만한 것은 아니었다.


다시 와서 알려줬기에 망정이지 안 알려줬으면 카톡도 안되는 우리는 결국 못 만났을 것 같다..


-


무튼 다시 에펠 앞에 와서 헤매는데 한 프랑스 백인 남자가 나한테 한국말로 말을 걸었다.


"안뇽하쉐효"


뭔가를 팔려고 그랬던 거 같은데 이미 약속시간에 늦어 마음이 조급했던 나는 


허겁지겁 그 사람을 붙들고 길을 물어봤고 아저씨는 당황하며 길을 잘 알려줬다.


고맙다고 외치고 뛰어서 드디어 동생과 상봉! 드디어.



여기서도 착한 흑인청년의 면모가 돋보인다.


혼자서 울먹울먹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자니 에펠탑 열쇠고리 파는 흑인 청년들이 말을 걸었다고.


왜 그러냐고, 자기가 전화 빌려줄까? 라고 물어봤다고 했다.


물론 전화를 빌려준 조건으로 열쇠고리를 강매당했을 수도 있겠지만.








무튼 동생과 잘 만나서 뒤쪽 공원으로 가서 앉을 자릴 찾는데 왠지 손이 허전해서 맥주를 사러 갔다.


가는데 런던에서 민박 같이 묵었던 언니 1을 만났다!


신기했다.


-


신기해서 인사를 나누고 헤어져서 맥주파는 곳으로 갔다. 


맥주 파는 곳에서 어떤 22살 꼬맹이를 만났다. 누텔라를 사먹으려고 줄 서 있었다.


우리는 맥주 2개에 팝콘 하나를 샀다.


셋이 같이 앉아서 사진도 찍고 놀았다.


사진 찍기에도 좋고, 사이요랑 그 공원에서 이틀 연속 에펠탑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에펠탑 실제로 본 후기는,


그냥 무지 크다. 


생각한 거보다 거대하고 생각했던 거보다 예쁘다.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게 만든, 세상의 시각 틀을 바꿔버린 그런 대단한 의미 이전에


그 크기부터 굉장히 압도적이어서, 옛날 사람들은 더 얼마나 놀랐을까 싶었다.













보고 나서는 개선문으로 향했다. 


좀 걸어서 개선문에 도착했는데 공사중이었다. 





앞으로 난 도로 한 가운데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드랙퀸?이 있었? 계셨?다.


하이힐을 신고 짧은 스커트를 입고 계셨는데


우리가 번갈아 사진 찍는걸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가 동생한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문제는 그 동생이 카메라 손고자......


내 사진도 지금 보니 다 흔들려 있는데, 그 아저씨 디카로 찍은 사진은 더 흔들렸나보다.



사진을 확인한 그 아저씨는 사진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표정을 구겼다.


다시 찍어달라고 했다.


나는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그런데 이번엔 플래시가 터지는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플래시가 몇 번이나 터졌고 몇 번 다시 찍어달라고 하다가 포기하고 갔다.


-


그리고 샹젤리제 거리를 조금 구경했다.


밤이라서 문 연 가게가 많이 없었다.


이쪽에 오렌지 스토어인가 그 유심칩 파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뭐 하루 남았는데- 하면서 사러 들어가진 않았다.



이제 민박으로 가려고 역쪽으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개선문쪽으로 가니까 그 아저씨가 아직도 있는거!


동생과 눈이 마주쳤다고 했다. 


뭔가 사진을 잘 못 찍어서 화가 나서 우리에게 해코지하면 어떡하지 하면서 옆쪽으로 뛰었다.


돌고 돌아서 역에 도착했다. 


둘 다 메트로 타고 집에 갔다.


다음날 또 만나서 몽쥬약국과 루브르를 가기로 약속하고 빠이빠이 하였다.






그 동생이 찍어준 사진.... 


아저씨 뎨둉해여





'일상탈출 > 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리 이야기 _7일  (0) 2014.12.07
번외편  (0) 2014.12.05
파리 이야기 _5일  (0) 2014.12.03
런던 이야기 _4일  (0) 2014.11.26
카디프 이야기 _3일(2)  (0) 2014.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