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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탈출/유럽

파리 이야기 _5일



나으 급한 여정.


4일만에 런던에 빠이빠이를 고하고 파리로 향했다.




강렬한 붉은 바지!


유로스타 기다리고 있을 때다.


블로그나 카페에서 유로스타는 우리나라 기차와는 달라서


1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 탑승 수속을 마치지 않으면 안태워준다고 엄청 겁들을 줘놔서


겁이 많은 나는 또 미리 도착해 한참을 어슬렁거렸다.



남은 파운드화와 동전을 써야 하는데 어디다 써야 할지 몰랐던 나는 뭔가 기념품 살 것이 없나 뒤적거렸고


샌드위치와 스타벅스 커피를 사먹은 뒤에 편의점엘 들렀는데


닥터후 트럼프가 있었다........


탑 트럼프라고......... 개뽐뿌작렬...


하지만 이미 돈은 다 써버려서 남은 돈으로는 택도 없고..


그래서 또 카드를 긁어버렸다.


그렇게 마지막 지름을 마치고 탑승수속.


-


그냥 기차인데도 보안대 통과하고 그랬다.


나름 복잡복잡.




(헐 근데 사진 보니까 아이스잖아! 여행 내내 아이스 먹은 기억이 없는데 왜 아이스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는 거였나? 저건 모카였던 거 같은데?)




기다리는 중.


꽤 지루했던 것 같다.


화장실도 가고 왔다갔다 할일없이 그냥 앉아 있었다.






야밤에 이걸 쓰고 앉았자니 배가 고파 미치겠다.


민박 같은 방 쓰던 한 예쁜 여자아이가


"엄청 유명해서 먹어봤더니만 맛 없었어!" 라고 했던 프렛 샌드위치를 사 먹어보았다.


맛 없다는데 왜 사먹냐고 누가 묻는다면 할말이 없..


나는 막입이라서 그런지 무지 맛있었다.


사는 김에 과일도 사서 같이 먹었다.





가는 길에 본 건 담아간 여러 영화 중 매트릭스.


이미 본 영화긴 하지만 다시 보고 또 봐도 재미있는 매트릭스


뒤로 보이는 저 뭐냐 스타벅스 종이 홀더? 를 보면 요상한 영어 글자가 적혀있다.


이 때 먹은 스벅이 유럽 도착해서 처음 마신 스벅이었는데


종업원께서 외국 스벅의  대명사격인 이름 물어보기를 시전하셨다.


익숙하지 않은 나는 당황하여 마치 국어선생님께 대답하듯 또박또박 ㅅㅇ이라고 뱉어버렸고,


그걸 들은 종업원께서는 Suja... Suia.... 수자.. 수이아? 뭐 저렇게 적어줬다. 저게 뭐야..





그렇게 파리에 도착.


워낙 치안에 있어 악명높은 곳인지라 캐리어를 꼭 쥐고 걸었다.


역에 내리자마자 왜 사람들이 인도시로 런던을 추천하는지 알 것 같았다.


각종 외계어로 건너갈 때 겪을 멘붕을 살짝 방지해준다.


마치 뜨거운 물 나오다가 차가운 물을 틀어주기 전에


"자 이제 나옵니다!" 하는 느낌으로다가 미지근한 물 조금 틀어주는 느낌.


영어가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질 수가..


프랑스어라곤 '출구'를 뜻하는 Sortie 이 단어 하나 알고 있었는데 저거 하나로 어떻게 어떻게 빠져나왔다.


-


일회용 교통권인 까르네 뽑는 것도 너무 복잡해서 고생했다.


종이돈이 안 돼서 동전으로만 뽑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제 막 파리에 들어온 나에게 동전이 있을리가..


카드로 하고 핀번호를 누르는데 6자리인줄 알고 계속 눌러도 되지를 않는 거.


알고보니 4자리였다....


(나중에 만나게 된 홍콩 사람은 이러다가 핸드폰 도둑맞았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까르네 뽑는 거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도와주는 척하며 가방 옆에 꽂혀있던 핸드폰을 가져갔다고 한다.


완전 바보같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다. 도둑한테 폰을 줬네 줬어)


-


엉엉 파리 약간 무서웠던 것이,


도착하자마자 아까 먹은 커피 때문인지 화장실이 급했다.


화장실로 달려가니 앞에 돈을 받는 흑인 아주머니 두 분이 앉아 있었다.


아직 유로화를 지갑으로 옮겨 넣지 않았던 나는 그 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유로화 환전한 종이봉투를 꺼냈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 화장실에서 어떤 노란 머리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나오더니,


그 아주머니 중 한명에게!


"FUCK YOU !@)#$*#)%#$((#)@!#!!!!!!"


라고 소리를 지르며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는 거시였다.


나와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영문을 모르겠어서 벙쪄 쳐다보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본인도 열받았는지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프랑스어로 뭐라고 욕을 하다가


그 여자가 못알아 듣는 것 같아서 열받았는지 (ㅋㅋㅋ) 갑자기 더듬더듬한 영어로


"YOU STUPID WOMAN!!!!! GET OUT!!!!! FUCK #@$%^*^%$#@"


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두 여자의 싸움이 시작됐다.


-


그리고 나는 결국 화장실을 가지 못했다는 슬픈 결론...


이게 파리의 첫인상이었다......


-


블로그나 카페에서 파리의 흑인 청년들에 대해 너무 안 좋은 인상을 많이 심어놔서 처음부터 많이 경계하게 됐다.


왠지 저 사람들이 갑자기 휙 나타나서 내 캐리어를 갖고 튀면 난 절대 찾을 수 없을 것 같고


그렇게 되면 내 타디스랑 스크류드라이버가 날아간다 ㅠㅠ 유유 이런 생각을 하면


손에 힘이 자동으로 꾹 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보통 돌고 도는 그런 걱정이나 인상은 좀 과장되어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물론 분명 파리에는 소매치기도 많고 도둑도 많고


특히 나는 가지 못한 몽마르뜨, 쪽에 가면 좀 더 무서운 분들이 많다곤 하지만 


내가 만난 흑인분들 매우 착했다. 완전 츤츤.


그걸 처음 느끼게 된 게 민박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탈 때였다.



승강장으로 가려면 많은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그런데 아래서 들리는 왠지 열차가 곧 도착할 것만 같은 알림음!


마음은 급해졌으나 그러다가는 구를 것 같아서 한칸한칸 옮기고 있는데 옆으로 뭔가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한 건장한(이라고 쓰고 무서운이라고 읽는다..) 흑인 청년이 오더니 나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그냥 '괜찮지?' 이런 느낌으로다가 눈 한번 쓱 맞추고는 내 캐리어를 불쑥 잡아 자기가 드는 거였다!


나는 무척 당황하였는데 그렇다고 이거 놓으라고 할 용기도 없고 해서 일단 캐리어 옆 귀퉁이 부분을 꼭 붙잡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이렇게 그냥 들고 슉슉 지하철 올라타서 날 밀어버리면 사실 나는 눈뜨고 짐을 빼앗기게 되겠구나.. 개호구..'


그런데 그 친절한 청년은 플랫폼 내려오자마자 내 짐을 턱 하니 내려놓고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도 전에 츤츤거리며 열차에 올라탔다.


개츤츤.....


모든 편견과 선입견과 일반화는 안 좋은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민박으로 가는 길도 엄청 헤맸다.


완전 길치.





다시 나타난 토깽이.





이렇게 보니까 내가 되게 정리를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정리를 못한다.







역시나 아직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밖에 나가보니 거실 쪽에 있던 언니 한명이 내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같이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숙소 주변에는 69번 버스가 서는 정류장이 있었다.


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바스티유에 가기로 했다.


이 날 날씨가 정말정말 좋았다.


행복했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








버스를 타고 바스티유역에서 내렸다.













거리의 풍경들.


예뻤다. 뭐랄까, 런던이 큼직큼직하고 좀 더 도시적인 느낌, 딱딱하고 각진 느낌이 든다면


파리는 부드럽고 더 푸근푸근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 날은.



















걷고~~~~걷고~~~~또 걷~~~~는다~~~~~











좀 걸으니 다리랑 센강이 나왔다.


풍경이 정말 예뻤다.


곧 노틀담의 성당을 보게 된다.






















예쁘게 나란히 서 있는 나무들.


나무가 나무나무 좋다.


나무가 treetree 좋아요.









드디어 노트르담의 성당!


동행이 있으니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있어서 좋았다.


강 주변에서 사진도 찍었다.







나는 항상 사람들이 등장하는 사진을 좋아한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사람이 없으면 아무리 예쁜 풍경이라도 쓸쓸한 느낌이 난다.


그게 아무리 예쁘고 밝고 환한 풍경이라도.


























아 배고프쟈나.


젤라또를 먹었다.









이게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뭔가 계속 보긴 봤는데 이젠 그게 뭔지 기억이 안 나요.



아 맞다! 기억났다.


이거 파리 시청인가 그랬다.


그래서 사람들이 앞에서 시위하고 그랬던 듯.


맞아맞아 그래서 방송국 차량 같은 것도 있고 그랬던 것 같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행에 익숙해지지 않았을 때라,


걷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다 신기했다.


여기가 파리야?


여기가 프랑스란 말이지?


이게 센강이란 말이냐!


하며 별 것 아닌 풍경에도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렇게 아무렇게나 들이대고 찍었지만 그게 또 그렇게 예쁘다는 게 함정













ZARA..


자라가 스페인 브랜드라는 것에 한 번 놀라고


자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세계 최고 부자라는 사실에 두번 놀랐던 기억..


쓸 데 없는 소리 그만하고 ZARA..








스티븐 잡스가 살아서 돌아온줄.


할부지 안뇽 뭔가 내가 찍는데 딱 눈마주쳐서 뭔가 언짢은 표정인 것처럼 보인다.






원래는 민박에 가서 저녁을 먹으려다가 그냥 근처에서 먹자 하고 퐁피두 센터 쪽으로 갔다.












유후 멋진 청년들.







나 이 여자애를 좋아하게 될 것만 같다.


내가 이 날 찍은 사진 중 가장 좋아하는 두 장.


저렇게 예쁜 얼굴 긴 다리를 해가지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렇게 오래오래 통화할거라는 듯 땅에 털퍼덕 주저앉아


공중전화로 저렇게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라니!


공중전화라니!!!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상당히 낭만적이었다.


이 날 내가 만난 파리의 이미지 중에 가장 좋았다.














원래는 맛집을 찾아 가려 했는데 네비가 안 돼서 결국 포기..


노리타를 갔다.


한국에 있는 그 노리타와 같은 곳일까........ 설마.... 슬퍼졌다.


마르게리따와 파스타 하나 와인 이렇게 먹었는데


맛있었다.







그렇게 먹고는 에펠탑을 보러 갔다!


파리에 왔으면 에펠탑!


사이요궁? 쪽에서 보면 예쁘다길래 그쪽으로 갔다.








불이 들어왔네욥.













그리고 한참 헤매다가 민박에 왔다.


중간에 한 파리 거주민 남자 청년한테 길을 물었다.


영어로 물었는데도 영어로 더듬더듬 잘 알려주어서 감동했다.


역시 인터넷 정보는 100퍼센트까진 믿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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