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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탈출/유럽

파리 이야기 _7일



전날에도 날씨 어플에 빗방울이 하나로 떴는데 비가 조금 내리다가 금방 날씨가 개고 그래서


걱정을 하나도 안 하고 반바지에 후드티 + 우산 챙겨갔다.


그리고 그게 참사를 부른 날이다.



-


아침에 그 동생이랑 몽쥬약국에 들르기로 했다.


원래 화장품 이런 거 잘 모르는 데다가.. 뭐가 유명한지도 모르고 돈도 없고 해서 갈 계획은 없었는데


스터디 같이 하는 친구가 이것저것 사달라고 부탁해서 갔다.


너무 당연하게 "어차피 몽쥬 갈거지?" 라고 묻길래 차마 아니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도 좋아하는 친구니까 그정도야.



몽쥬약국은 Palace Mongue? 인가 그 역에서 내려서 올라오면 바로 보인다.


무슨 신촌 올리브영인줄.


유명세대로 한국사람들이 물건을 쓸어담고 있었다.


친구가 부탁한 눅스오일인가 그거랑 뭐 이상한 나이트 크림 이런 걸 골랐다.


나는 사는 김에 아는 언니들 줄 기념품이랑 립밤이나 좀 사려고 했는데


하도 다들 미친듯이 쓸어담길래 뭔가 ;; 아무것도 안 사면 안될 것 같은 느낌에 ;;


친구가 산 눅스오일 50ml 짜리를 샀다.


그래도 꽤 싼 것 같긴 한게 한국이랑 7000원 정도 차이가 났던 것 같다.


얼마전에 올리브영에서 보니까 유리아쥬 립밤을 12000원에 팔던데


(그 립밤을 12000원 주고 사서 바르는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는 4000원 정도였으니까, 왜 쓸어담았는지 알게됐다.


-


깜짝 놀랐던 일.


내가 보려고 하는 선반 앞에 프랑스 백인 (잘생긴) 직원이 앉아서 물건 정리하고 있길래


다른 여자랑 나랑 뒤에서 주춤주춤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남자가 앉은 상태에서 휙 돌더니


엄청 또박또박한 한국말로


"아,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이것만 정리하고 바로 비켜드릴게요!" 하는 거..


그 여자랑 나랑 깜놀해서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를 동시에 외치고


너무 유창한 한국말에 놀라서 어버버.


-


민박 집에 사람도 많고 북적북적 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주방 식탁에서 막 시끄럽게 놀고 그랬다.


그런 경우 보통 주도권? 이랄까 중심은 자기 무용담 자랑하는 나이 좀 많은 사람들이 잡는데 나는 그런게 불편하다.


일상 생활에도 그런 무리를 종종 마주치는데


그 대장 사람들의 뽐내기에 박수쳐주거나 리액션 해주고 하는 것도 지루하고


굳이 그런 무리에 끼고 싶단 생각도 안 든다.


게다가 내 돈 주고 간 여행에서까지는 더더욱.


그런데 이런 느낌을 민박이나 한국인 많은 호스텔에서 몇 번이나 느꼈다.


무튼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택스리펀 받는 쪽에서 어떤 남자애 두 명이 택스리펀 뭐 어쩌고 하고 있길래


그거 어떠어떠하게 하는 거라고 얘길 해줬는데 익숙해서 봤더니 같은 민박에 묵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을 나중에 스위스 호스텔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굉장히 짜증났다.



-


무튼 몽쥬에서 나와서는 동생을 만나 루브르로 갔다.


가는 길에 PAUL 빵집이 있길래 동생이랑 갔다.


가서 일단 앉고 주문을 했나? 주문을 하고 앉았나?


막 진열대에 타르트 같은 디저트 종류가 무척 많아서


저거 주세요 저거주세요 하나씩 말하니까 의사소통이 잘 안됐다.


무튼 타르트 같은 것 2개랑 마카롱 같은 거 하나 시키고 동생이 큰 빵도 먹자고 해서 무슨 이상한 큰 빵도 시킴.


근데 뭔가 잘못나와서 딸기 타르트가 두 개나 나와 버렸당 ;ㅁ;


근데 타르트 두개 진짜 맛났다. 특히 딸기 박혀있는 거!


최고였다. 진짜 하트 200만개 붙여주고 싶음.


저 마카롱 같은 건 맛이 없어요.



파리에서 폴 빵집 되게 많이 갔는데


나는 우리나라에서의 그 명성? 을 생각하고,


우리나라서에는 막 엄청 고급지게 해놓고 비싸기도 하고 점포도 몇 개 없으니깐 좋은 데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프라하에서 만난 제빵하는 오빠 왈


"폴은 우리나라로 치면 그냥 빠리바게트 같은 느낌?" 이라고 해서 충격받았다.


파리는 오히려 구석구석 오래된 빵집 같은 곳이 더 유명하다고 했다.


근데 나는 맛있었어.. 빠리바게트 같은 미각을 가진 건가 나는.











이 큰 빵.... 엄청 커서 다 못 먹었는데 앞으로 그렇게 쓸모있게 먹힐 줄은 아직은 몰랐지..





다 먹고 루브르로 갔다.


그런데 줄이..... 장난 아니게 길었다. 겁나 장난 아니게.


일단 섰다.


줄이 너무 길어서 의문이 들었다. 이게 과연 티켓 사는 줄일까 설마..


앞에 가서 이게 티켓 라인이냐고 물었더니 "ㅇㅇ" 해서 짜졌다.



-


그래도 줄이 빨리 줄어들긴 하더라. 줄서서 티켓을 샀다.


아마도, 그 학생증 공짜 티켓 그게 루브르는 제외였던 거 같은데 맞나? 기억이 가물가물.


티켓 사기 전 들어오는 문에서 모든 미술관이 짐검사를 한다.


근데 뭘 찾아내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음료수? 총? 레이저? 








참 좋은 동생인데


사진을 항상 비뚤비뚤하게 찍는닼ㅋㅋㅋㅋㅋㅋㅋ


항상 대지가 기울어져 있어..


근데 사투리 쓰는 거랑 언니언니 하는 게 너무 귀여워서 씹덕 터졌당..


그런 귀여운 후배라면 밥 100번이라도 사줄 수 있을 것 같다 사투리 넘 귀여워 메리같아..






무튼 표를 사고 루브르가 야간개장을 한다길래 일단 오랑주리 미술관부터 갔다.






루브르가 요쪽 끝에 있다면 오랑주리는 분수대 건너 저쪽에 있다.


오랑주리 가는데 비가.. 엄청 와서.. 추워 뒤질 뻔....


-


춥고 축축하고 하니까 기분도 너무 안 좋고 우울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오랑주리에 도착했다.


나는 ISIC 카드로 공짜로 들어갔고 동생은 뮤지엄 패스로 들어갔다.


그런데!


오랑주리가 진짜 좋았다.


진짜진짜 좋았다. 오르세보다도 루브르보다도!





1층에 수련을 비롯한 모네의 그림이 벽면을 이렇게 둘러싸고 있는데..


진짜 모네가 왜 유명한지도, 왜 대단한지도 알겠다.


진짜 저렇게 입이 떡 벌어져서 봤다. 크기가 어마어마.


사진으로 봤을 때는 그렇게 큰 줄 몰랐다 진짜!


자꾸만 보라색 연못에 뛰어들어 한참을 헤엄쳐 오르는 상상을 했다.


돌고 돌면서 그런 상상을 계속계속 했다.


사실 그렇게 계속 보고있고 싶었는데.. 오르세에서도 느꼈지만 솔직히 동행이 있으니까 내 맘대로 할 순 없었다.


동행은 좋긴 하지만, 그런 점이 좀 아쉬운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만큼 오래 있을 수는 없다는거.



어느 작품이나 그렇지만 모네나 고흐 그림은 진짜 사진이나 프린트로 보는 것과 느끼는 차이가 특히 컸다.


사진은 언제나 그 질감이라든가, 느낌이라든가, 작품의 아우라를 다 담아내지 못한다.


수련을 보면서 마음 한켠이 조용하게 보랏빛 물 속에 고여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 조차도 난 어떻게 표현하기도, 묘사하기도 힘든데,


보는 사람이 그걸 느끼도록 그려낼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



그리고 나서 또 온 기념품 뽐뿌.






우산..


우산!!!!!!!!!!!!!!!!!!!!!!!!!!!!!!!!!!!!!!!!!!!!!!!!!!!!!!!!!!!!!!!!


나는 우산이 정말 좋다.


예쁜 우산, 정갈한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호감이 생긴다.


왜 우산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우산이 정말 좋다.


사실 옷이라든가 신발이라든가 이런 것은 딱히 꾸미고 싶은 때가 아니면 정말 대충 대충- 인 편인데


우산 하나만 예쁜 걸 써도 금방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이상한 우산을 써야 할 때면 짜증이 난다.






키쮸.





그리고 나왔는데 또 추워 뒤지는 줄 알았다.


나와서 잠깐 거리로 가서 스타벅스에 가서 몸을 녹였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잠깐 와이파이로 문자를 했다.


스타벅스는.. 와이파이가 돼서 너무 행복한 곳이다.


-


4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앉았는데, 나와 동생이 문쪽에 앉고 어떤 여자와 남자가 반대쪽에 앉아 있었다.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노트북을 놓고 부산 사투리로 막 이것저것 대화하고 있었다.


테이블이 좁아서 뭐라고 얘기하는지 다 들렸다.


그러니까 그 테이블에 앉은 네 명 중 세 명이 부산사람 나만 경기도민인 셈.


동생이 "언니- 나 무슨 서면 스타벅스에 있는 기분이잖아요 지금 ㅋㅋ" 하면서 웃었다.



-


동생이랑 부산 얘기 하고 연애 얘기하고 그랬다.


부산 밀면이랑 돼지국밥 이런 얘기 하고, 정은지 부산사투리가 할매 억센 아줌마 사투리 라는 거


리지는 오바하는 사투리 쌈디는 양아치 말투라고 막.


골든타임의 송선미가 진짜 딱 20대 부산 말투인데 서울사람들은 그걸 모르더라고-


하는 얘기를 했다.


이 얘기는 민박에 있던 24살 부산 여자가 확인해줬다. 진짜 그렇단다.



-


앞 사람들의 대화를 좀 듣게 됐다.


동행 구해서 만난 느낌인데 그 남자가 여자한테


"저는 동행도 부산사람 안 구하려고 했어요. 


결혼도 부산 애랑 안할 거예요. 평생 부산말 듣고 살아왔는데" 라고 했다.



진짜 그런가? 뭔가 생각도 해보지 못한 발상이라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면서 신기했다.







커피를 좀 마시다 보니 날씨가 확! 갰다.


루브르 가겠다고 나왔다.









날씨가 갑자기 개서 신이 났다.


튈르리 정원 쪽을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좁 춥기는 했지만 그래도 밝아지니까 기분이 좋아져서 둘이서 방방 뛰었다.


그리고 뛰니까 배고파져서 아까 남겨온 큰 빵을 와구와구 먹었다. 함께!


이럴 땐 동행이 있는 게 좋다.














여기서도 볼 수 있는 파리의 파리바게트! 하하






















그 때는 비가 오는 게 정말 싫었는데, 춥기도 하고 사진도 잘 못 찍고 신발도 젖고.


지금 와서 보면, 잘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비오는 파리도 낭만적이잖아!






오우 이놈의 합리화.


뭔가 절망하는 남자 모습이 웃기다.


짤로 써도 될법한..





저리가!!


저리 가란말이야!!


이 까마귀새끼들!!




이 주변에는 까마귀가 정말 많았다.


나는 까치, 참새 같이 예쁜 새를 좋아한다.


까마귀는 왠지 싫다.


그런데 또 여기서는 까마귀가 길조고 까치가 흉조라고.







"악 저리가!"





"저리 가라고!"





"악!!!!!!!!!!!"


........


재미없당.











도도한 까막위.


엄청 조촘조촘 걷고 있다.





"흥 니깟게 날 싫어해 봤자지"





도약하는 까막위.





시크 도도한 까막위.





징그러운 까막위 새퀴들.





악 징그러워!! 개많아!!!!!!






비가 오니까, 웅덩이가 이곳저곳 생겼다.


그 웅덩이로 비치는 하늘이 참 예뻤다.


땅에 담긴 하늘.


땅과 하늘을 동시에 찍을 수 있다니.


경계 없이 하나가 된 둘!


예쁘다.







진짜 예쁘다.













비가 온 뒤라 그런지 느낌이 축축하다.


촉촉하진 않고 축축하고 춥다.












해가 나는 게 느껴진다.











해가 나자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분수가 올라오고.. 그 길로 콩코르드 광장까지 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루브르로 돌아왔다. 6시쯤 입장.


저 때가 6시다. 해가 참 길다.


한참 돌아다녔는데 듣던대로 무척 넓고 길이 복잡해서 한참을 헤맸다.





피라미드 지하로 가면 세 군데로 나뉜다.


한참을 돌아다녀도 쉽게 구조가 익숙해지지 않았다.


일단 중요하다고 표시된 작품들 위주로 다 봤다.


-


루브르는 진짜 거대하긴 한데.... 생각보다 별로였다.


자연사 같은 게 많았고 유명작품이 있긴 했지만 다 몇 작품정도...


오랑주리는 지하에 어떤 수집가? 딜러 같은 사람이 가진 작품들을 쭉 전시해 놨는데


모딜리아니부터 시작해서 마티스 르누아르 드가 로랑생 작품들도 많고 다양해서 좋았는데..


오랑주리>>>오르세>>>>>>루브르 였다 내게는.






베르메르의 이 그림 좋아했는데, 이렇게 작은 줄은 모르고 있었닼ㅋㅋㅋㅋㅋㅋ














나는 이게 보고 싶었다.


모나리자 말고 모나리자 앞의 인파.


성공했다.


그냥 개인적으로 모나리자는 왜 유명한지도 모르겠고


예쁘지도 않고 신비롭지도 않고 그냥 그렇다.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고등학교 때 지은이 필통이었던 것 같음.


색깔은 좀 달랐나-





9시 10분쯤 되자 안내방송이 나왔고 그 방송을 듣고 슬슬 나왔다.


동생은 집에 가고 싶은 눈치여서 헤어졌다.


헤어져서 69번 버스 정류장을 찾는데 없어서 메트로를 타고 민박에 돌아왔다.


한참 헤맸음. 나는 진짜 길치인가 보다.


















이게 거의 밤 10시쯤 됐을 때다.


생각보다 어둡지 않다.


갠적으로 밤의 루브르가 진짜 예쁘다.


가운데 저게 뭔지 모르겠는데 레이저같이 빨갛다.



예뻐서 사진 한참 찍고 셀카 한참 찍고 이러다가 더 늦게 집에 갔다.












-


민박 돌아왔는데 무슨 술 파티 중이었다.


나는 저런 타입은 절대 못 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저렇게 붙어다니면 관광이 제대로 되나- 하는 의구심.


씻고 자고 내일 일찍 일어나야 내 패턴이 안망가지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시끄러운데 아래 내려가서 혼자 샤워하고 올라와서 짐을 정리했다.


그리고 조금 문자를 하다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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