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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 창고/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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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말테의 수기 이거 다 읽고 나서는, 뭔가 이거 블로그에 써야지! 하는 게 있었는데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래서 성실하게 움직이는 게 중요한가 보다.
[장 마르크 로셰트, 자크 로브] 설국열차 재밌다. 영화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 원작을 왜 그렇게 각색했을까 에 대해서 가장 많이 고민하며 읽었다. 아, 습관은 버리기 힘든 모양인지 나는 역시 만화가 넘 좋다.... 그냥 책 펴자마자 후루룩챱챱 진짜 책이 손에 챡, 하고 붙었던 것 같다. 이것도 뭔가 블로그에 써야지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잊어버렸어.. +에잉 근데 이거 1편은 따로 있다는데 찾아봐야겠다.
[김지운] 김지운의 숏컷 글을 보면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 이게 너무 오만한 문장이라면 정정하겠다. 어떤 사람의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대충 알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착각이랄까, 아무튼 그런 게 든다. 감독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고, 또 내가 누군가의 글을 평가할만큼 스스로 글을 잘 쓴다거나 잘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책과, 이 에세이를 통해 내가 읽은 그는 좀 별로였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보니 글을 유려하게, 단단하게 잘 쓰리라고 기대하는 것도 잘못된 것 같지마는, 어쨌든 내가 예술하는 사람들에게서 기대하는 어느 정도의 깊이와 글빨이 있다. 그의 글에는 허세와, 어쭙잖게 웃기려는 겉멋든 수식과, 수많은 괄호들과, 진부한 표현들이 난무한다. 여러 책이라든지 영화..
[진은영]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봄, 놀라서 뒷걸음질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혁명 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 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 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진은영] 고흐 왼쪽 귓속에서 온 세상의 개들이 짖었기 때문에 동생 테오가 물어뜯기며 비명을 질렀기 때문에 나는 귀를 잘라버렸다 손에 쥔 칼날 끝에서 빨간 버찌가 텅 빈 유화지 위로 떨어진다 한 개의 귀만 남았을 때 들을 수 있었다 밤하늘에 얼마나 별이 빛나고 사이프러스 나무 위로 색깔들이 얼마나 메아리치는지 왼쪽 귀에서 세계가 지르는 비명을 듣느라 오른쪽 귓속에서 울리는 피의 휘파람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커다란 귀를 잘라 바람 소리 요란한 밀밭에 던져버렸다 살점을 뜯으러 까마귀들이 날아들었다 두 귀를 다 자른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멍청한 표정으로 내 자화상을 바라본다
[김수영] 하…… 그림자가 없다 우리들의 적은 늠름하지 않다 우리들의 적은 카크 다글라스나 리챠드 위드마크 모양으로 사나웁지도 않다 그들은 조금도 사나운 악한이 아니다 그들은 선량하기까지도 하다 그들은 민주주의자를 가장하고 자기들이 양민이라고도 하고 자기들이 선량이라고도 하고 자기들이 회사원이라고도 하고 전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요리집엘 들어가고 술을 마시고 웃고 잡담하고 동정하고 진지한 얼굴을 하고 바쁘다고 서두르면서 일도 하고 원고도 쓰고 치부도 하고 시골에도 있고 해변가에도 있고 서울에도 있고 산보도 하고 영화관에도 가고 애교도 있다 그들은 말하자면 우리들의 곁에 있다 우리들의 전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들의 싸움을 이다지도 어려운 것으로 만든다 우리들의 전선은 당케르크도 놀만디도 연희고지도 아니다 우리들의 전선은 지..
[김수영] 달밤 언제부터인지 잠을 빨리 자는 습관이 생겼다 밤거리를 방황할 필요가 없고 착잡한 머리에 책을 집어들 필요가 없고 마지막으로 몽상을 거듭하기도 피곤해진 밤에는 시골에 사는 나는 - 달밝은 밤을 언제부터인지 잠을 빨리 자는 습관이 생겼다 이제 꿈을 다시 꿀 필요가 없게 되었나보다 나는 커단 서른아홉살의 중턱에 서서 서슴지않고 꿈을 버린다 피로를 알게 되는 것은 과연 슬픈 일이다 밤이여 밤이여 피로한 밤이여
[김수영] 生活 시장거리의 먼지나는 길옆의 좌판 위에 쌓인 호콩 마마콩 멍석의 호콩 마마콩이 어쩌면 저렇게 많은지 나는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모든 것을 제압하는 생활 속의 애정처럼 솟아오른 놈 (유년의 기적을 잃어버리고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갔나) 여편네와 아들놈을 데리고 낙오자처럼 걸어가면서 나는 자꾸 허허…… 웃는다 무위와 생활의 극점을 돌아서 나는 또 하나의 생활의 좁은 골목 속으로 들어서면서 이 골목이라고 생각하고 무릎을 친다 생활은 고절(孤絶)이며 비애이었다 그처럼 나는 조용히 미쳐간다 조용히 조용히……
[김수영] 달나라의 장난 팽이가 돈다 어린아이이고 어른이고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워 물끄러미 보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의 너무 큰 눈 앞에서 아이가 팽이를 돌린다 살림을 사는 아이들도 아름다웁듯이 노는 아이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손님으로 온 나는 이 집 주인과의 이야기도 잊어버리고 또한번 팽이를 돌려주었으면 하고 원하는 것이다 도회 안에서 쫓겨다니는 듯이 사는 나의 일이며 어느 소설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생활이며 모두 다 내던지고 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정말 속임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그러면 팽이가 까맣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누구 집을 가보아도 나 사는 곳보다는 여유가 있고 바쁘지도 않으니 마치 별세계같이 보인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팽이 밑바닥에 끈을 돌려 매이..
[내인생 마지막 4.5초] 성석제 소설들 음, 뭐랄까. 내가 소설을 쓰고 싶은 건 아니지만 이런 느낌의 문장으로 글을 쓰고 싶다. 할머니 집에서 발견한 오래된 땅콩 같은 느낌의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