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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글

과거에 대한 생각이라면

나는 부서지며 자라왔다. 이게 나의 운명이자 숙명인지는 몰라도 항상 안정을 찾으려고 한다거나, 이제야 이 삶에 좀 익숙해지겠네 하는 순간에 여지없이 나는 부서졌다. 내가 사람을 믿고 밝게 살 때 가장 큰 결절점이 왔고 가장 크게 무너졌다. 다시 일어났을 때의 나는 조각조각 기워져 있었고 예전의 나와는 반대로, 정반대로 걸어갔다.

이후에도 그런 일들은 계속됐다. 누군가를 믿으려고 하는 순간에 믿음이 깨졌고,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 거다, 단정짓는 순간에 나는 어김없이 부서졌다. 그렇게 무너져내릴 때마다 힘들었지만 오히려 그 때 나 자신을 다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우울한 순간엔 '그래 어디 끝까지 가 봐라' 하는 식으로 마음을 내려놓으면 편하다. 뭐 사람이 다 그렇듯 그런 일들도 겪으면 겪을수록 익숙해졌고, 부서짐의 순간이 다가오면 그저 모두가 지녔을 슬픔의 양을 떠올리며 하염없이 밑으로 떨어졌을 뿐이다.

많이 해봤으니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을법 한데, 늘 오는 그 시간은 두렵고 초조하고 눈물나고 시려울 수밖에 없나보다. 아마 지금도 그 시기가 오는 것 같다. 내가 믿었던 나의 삶,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다시 한 번 무너져 내릴 것이다. 나는 다시 내려놓아야 하고, 내가 늘 되뇌어왔던 '그 망할 놈의 정반합'과 같이 다시 또 무언가를 배워 쌓아올려야 한다.

그 동안은 어리게, 무작정 사는 법을 배웠다면 이제는 좀 자랄 차례다. 내가 받은 것, 받을 것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줄 것, 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해야 할 거다. 겉치레 같은, 내가 항상 고통받는 그런 것들도 집어치워야 할 거다. 내 일, 내 눈 앞의 안락함보다는 주변의, 우리의 안락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라는 건가. 좀 더 치밀하고, 철저하게 배우고 공부하고 생각하고 싶다.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신은 제대로 차리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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